투자자들이 전체 자산에서 주가연계증권(ELS)이 차지하는 비중을 낮추고 있다.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가 40% 가까이 빠지면서 안전자산으로 여겼던 ELS에 대한 불신이 커졌기 때문이다. 23일 기준 ELS 판매 잔액은 64조7000억원으로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54조8000억원)을 앞지른다. 그만큼 재테크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컸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ELS 시장의 위기가 잦아들지 않으면 재테크 시장 지도가 급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LS 판매 급감] 중위험·중수익 'ELS의 배신'…손실 땐 '눈덩이' 수익은 '쥐꼬리'
고위험·저수익 상품으로 변질

주요 은행과 증권사 프라이빗뱅커(투자 상담사)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투자자들에게 ELS 비중을 줄일 것을 권고하기 시작했다. 감내해야 하는 위험에 비해 수익률이 너무 낮다는 이유에서다. 2~3개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지수형 ELS의 연평균 수익률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연 7~8%를 냈지만 최근엔 5~6% 수준으로 저위험 상품인 채권형 펀드와 엇비슷한 수준까지 내려왔다. 이재문 삼성증권 SNI 강남파이낸스센터 지점장은 “ELS 시장이 커지면서 수익률이 박해지는 추세”라며 “굴리는 자금이 큰 자산가를 중심으로 헤지펀드와 채권혼합형 펀드로 갈아타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향은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27일 HSCEI와 연계한 상품 발행을 금지하면서 한층 더 뚜렷해졌다. 변동성이 높은 HSCEI를 빼고 ELS 상품을 발행하기 시작하면서 수익률이 연 1~2%포인트씩 떨어졌기 때문이다. 위험을 낮추면서 기대 수익률도 내려간 것이다.

삼성증권이 이달 초 판매한 지수형 ELS 12535호의 연 수익률은 4.56%다. 유럽 대표기업의 주가를 지수화한 유로스톡스50, 미국 대표 지수인 S&P500, 코스피200 등 세 종류의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아 발행되는 상품으로 계약 시점보다 55% 이상 주가가 떨어지지 않으면 약속된 원리금을 받을 수 있다. 금융위 지침이 나오기 전인 지난달까지 이 상품엔 코스피200 대신 HSCEI가 쓰였다. 변동성이 큰 지수를 넣을수록 수익률이 높아지는 ELS의 특성을 감안한 판단이었다. 당시 이 상품 수익률은 연 6.64%로, 9월 상품보다 연 2%포인트 이상 수익률이 높았다.

다른 증권사의 신상품들도 수익력이 약해졌다. 미래에셋증권이 최근 선보인 ELS 8190호의 기초자산은 코스피200과 유로스톡스50이다. 계약 시점보다 45% 이상 주가가 떨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은 이 상품 수익률은 연 6.5%다. 홍콩H와 유로스톡스50을 기초 자산으로 발행된 같은 구조의 지난달 상품 수익률은 연 7.6%였다.

“ELS론 위험 분산 어려워”

과거 증권사들은 ELS를 자연스럽게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는 상품이라고 홍보했다. 기초 지수를 달리하면 서로 다른 상품에 투자하는 효과가 난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지난해 종목형 ELS들이 무더기로 손실구간에 진입하면서 이 같은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난달 지수형 상품 중 일부가 원금 손실구간에 근접하면서 불신이 더 확산됐다.

전문가들은 ELS의 기초 자산이 특정 지수에 몰려 있는 탓에 위험 분산이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지난달 ELS에 가장 많이 쓰인 기초 자산은 유로스톡스50(4조7267억원)과 HSCEI(4조2560억원)였다. 8월에 발행된 ELS가 6조463억원어치였음을 감안하면 전체 상품의 70%가 이 두 지수에 의존한 것이다. 이 가운데 어느 한 지수가 급락하는 상황이 오면 ELS 자산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대신증권 압구정지점의 장영준 부지점장은 “ELS는 특정 국가에 경제위기가 왔을 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는 상품”이라며 “전체 자산 중 절반 이상을 ELS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 ELS(지수연계증권)

코스피200과 같은 지수나 개별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파생상품. 계약 시점보다 기초자산으로 쓰이는 지수가 40~50%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약속된 이자를 주는 ‘스텝다운형’이 일반적이다. 2~3가지 지수를 조합해 상품을 구성한다. 만기는 보통 3년이다.

송형석/김우섭/허란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