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모양의 10층 빌딩…계열사까지 모아 시너지 기대
'미국판 삼성종합기술원'
삼성리서치아메리카 작년말 완공…현지 연구조직 모두 입주시켜
창의적 문화 접목
핵심기술 보유 벤처 적극 투자…'시장 선도자' 도약 잰걸음
삼성전자는 오는 24일 실리콘밸리 중심인 새너제이 북부1번가에서 ‘부품(DS)부문 미주총괄 빌딩’ 준공식을 연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과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주지사, 샘 리카도 새너제이시장 등이 참석한다. 이 빌딩은 10층 규모로 건물면적이 10만2000㎡에 이른다. 삼성 서초사옥의 삼성생명 소유 빌딩 및 분당 네이버 본사와 비슷하다. 3억달러가 넘는 건축비가 들었으며 2500여명이 일할 수 있다.
반도체와 비슷하게 생겨 현지 언론이 애플이 건축 중인 우주선 모양의 본사와 비교해 보도하기도 했다. 이곳엔 △애플 파운드리 등을 지원하는 반도체판매법인(SSI) △현지 벤처 및 신기술에 투자하는 전략혁신센터(SSIC·사장 손영권)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 관계사의 미주법인이 입주한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삼성의 부품사업 전체를 묶어 시너지를 내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2월 완공한 인근 마운틴뷰의 삼성리서치아메리카 건물엔 지난 5년간 현지에 세운 연구조직이 모두 입주했다.
기존 미주연구법인(SISA)을 중심으로 △모바일 플랫폼과 앱(응용프로그램) 등을 연구하는 미디어솔루션센터아메리카(MSCA) △혁신적 가전제품을 탐구하는 제품혁신팀(PIT) △인수한 현지 벤처 엠스팟과 스마트싱스 등을 포함한다. 2013년 축소된 국내 삼성종합기술원 일부 기능도 이곳으로 옮겨갔다.
이곳에선 삼성전자 세트(IM CE)부문 제품·서비스뿐 아니라 미래 디스플레이와 사물인터넷(IoT), 모바일프로세서, 모바일플랫폼, 디지털미디어솔루션, 첨단 소재 등도 연구하고 있다. 6층 높이의 쌍둥이 빌딩으로 건물면적이 3만5000㎡다. 정원과 산책로 등을 갖췄으며 사무실에서 개도 키울 수 있는 열린 환경이다. 1000여명이 연구 중이며 앞으로 3000여명까지 연구인력을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실리콘밸리에서 미래 성장동력 찾는다
스탠퍼드대와 버클리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실리콘밸리는 혁신의 산실이다. 인도 중국 등에서 천재들이 몰려든다. 아이디어 하나로 대박을 터뜨리기도 한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대표적 혁신기업도 이곳에 자리 잡았다.
삼성이 이곳에 핵심 기지를 세운 것은 실리콘밸리의 창의적 문화와 인재를 이식해 미래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의도다. 딱딱한 상명하복식 문화의 삼성전자는 ‘빠른 추격자’로서는 좋은 성과를 냈지만 아직 ‘시장 선도자’ 역할은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반영한 결과다.
삼성은 2011년부터 실리콘밸리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 2011년 새너제이에 MSCA를 세웠다. 2012년과 2013년에는 벤처 투자 및 인수합병(M&A)을 담당하는 SSIC와 오픈이노베이션센터(OIC)를 잇달아 설립했다. 이를 위해 11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될성부른 벤처를 초기부터 키우는 삼성액셀러레이터도 실리콘밸리와 뉴욕에 세웠다. 또 흩어진 실리콘밸리 인근 연구조직을 모두 합쳐 SRA를 발족했다.
이 같은 투자는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 갤럭시 스마트폰의 핵심 기능으로 떠오른 삼성페이는 올초 인수한 루프페이의 핵심 기술을 채택한 앱이다. 루프페이는 매사추세츠주에 있지만 M&A엔 OIC 등이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스트리밍 서비스인 밀크뮤직은 엠스팟에서, 정보기술(IT) 보안솔루션인 녹스는 MSCA에서 개발했다. 지난해엔 스마트싱스를 2억달러에 사들여 IoT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 삼성에 실리콘밸리는 이제 연구개발(R&D)의 중심이다.
현지 채용 인력도 빠르게 늘고 있다. 2년 새 인력이 30%가량 증가, 현지 임직원이 4000명에 이른다. 현지 유명 IT업체인 우버와 핀터레스트, 드롭박스, 에어비앤비의 실리콘밸리 본사 직원의 합계보다 많다. 손영권 SSIC 사장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는 5년 안에 실리콘밸리 10대 혹은 5대 기업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