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어떻게 한 거예요?”

지난 15일 NH투자증권 해외상품부에 다른 국내 증권사들의 문의전화가 이어졌다. 해외 주식 투자가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권리 발생에 따른 매매 정지’를 NH투자증권이 풀었기 때문이다. 다른 국내 증권사들이 투자자들의 특정 해외 주식 매매를 3~4일간 정지시키는 동안 NH투자증권이 매매를 체결한 것이다.

대부분의 국내 개인투자자는 해외 주식투자를 할 때 적잖은 불편을 감내해야 한다. 주식 병합, 주식 분할, 합병 등으로 가격 변동이 발생하면 3~4일간 그 종목의 거래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예를 들어 국내 주식투자자들이 자주 매매하는 유가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인 UWTI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1달러 안팎에 거래됐다. 하지만 10주가 1주로 합쳐지는 주식 병합을 하고 지난 10일 주당 10달러로 가격이 다시 매겨졌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는 지난 13일까지 병합 전 주가인 주당 1달러로 표시됐다. 외국 주주나 국내 기관 주주들은 외국 증권사를 통해 매매하므로 변동 내용이 바로 반영되지만 개인 주주들은 예탁결제원을 통하기 때문에 3~4일간을 기다려야 한다.

이런 사례가 생기면 국내 증권사는 혼란을 막기 위해 그 기간에 거래를 정지시킨다. 증권사별로 매매정지 사례가 한 해 평균 40~50건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동안 주식이 급등락하면 국내 투자자는 그만큼 수익 확보나 손실을 축소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증권사들이 전화로 매도 주문을 받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체결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런 가운데 NH투자증권은 최근 전산팀과 해외 주식팀이 공동으로 시스템을 개발해 UWTI의 주식 병합 후 첫 거래일인 10일부터 투자자들의 매매 주문을 받았다. 같은 종목이더라도 주식 병합 등이 마무리되면 국제표준증권식별번호(ISIN 코드)가 달라진다는 점에 착안했다. 국내 증권업계에서는 해외투자 도입 10년 만에 ‘단기 주식매매 정지’인 ‘블랙아웃’을 해결한 사례로 보고 있다. 박진 NH투자증권 해외상품부장은 “후강퉁(상하이·홍콩 증시 간 교차매매) 시작을 전후로 개인들의 해외 주식 투자가 급격히 늘었지만 국내 증권사 전산 시스템이 이를 제대로 지원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이번 매매정지 해결로 개인들의 해외 주식 투자가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