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 꼴로 인력조정
선제적 대응으로 시장서 인정
현대중공업 분기 성적표는 적자
노조원 끌어안기 중요해져
◆최악 상황에서 친정 복귀
권 사장은 2010년 현대중공업그룹이 다시 인수한 현대오일뱅크의 초대 사장을 맡았다. 현대오일뱅크의 경영실적이 궤도 위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할 무렵 친정인 현대중공업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해양플랜트사업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1972년 창사 이래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것이다.
“원칙과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취임사와 함께 친정으로 복귀한 권 사장은 취임 한 달 만에 임원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임원의 31%를 줄이는 인사였다. 한 달 뒤인 11월10일에는 과장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올해 1월부터는 직원 130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전 직원(약 2만6000명)의 5% 정도를 퇴직시키는 고강도 구조조정이었다.
조직 규모를 줄이는 작업도 함께 진행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그룹 내 3개 조선사 영업조직을 통합하고 해양사업본부와 플랜트사업본부를 하나로 합쳤다. 연이은 구조조정 방안 발표에 노조의 반발은 거셌지만 권 사장은 “회사는 창사 이래 최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여전히 ‘우리가 가장 잘하고 있다’는 착각과 오만함에 대해 누군가는 경종을 울려야 한다”며 고삐를 놓지 않았다.
한 달에 한 번꼴로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하던 권 사장은 취임한 지 약 9개월 만인 지난 6월1일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전면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고강도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 함께 ‘빅3’로 불리는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은 이제야 구조조정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며 “현대중공업이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완료한 만큼 실적 개선에 속도를 내기 좋은 위치에 서 있다”고 말했다.
◆실적 개선과 노사문제는 여전한 숙제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권 사장의 최대 관심사는 실적 회복이다. 권 사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3분기 1조9346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한 사실을 발표하면서 “4분기에 500억원 규모의 흑자를 낼 자신이 있다”고 말했지만, 이후 한 번도 분기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 적자 규모는 3조원이 넘는다.
현대중공업은 하반기 흑자를 기록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권 사장 역시 지난달 15일 그룹 임원 200여명과 경주 남산에 올라 “하반기에 반드시 흑자 전환을 이뤄내 재도약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7월30일 2억원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임원들을 상대로 ‘주식 갖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실적 회복에 자신이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노사갈등 해결도 남아 있는 숙제 중 하나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권 사장의 고강도 구조조정에 반기를 들었고, 지난해 19년 무분규 기록을 깨고 파업을 벌였다. 노조는 권 사장을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권 사장은 지난해 11월 이후 자신의 임금을 전액 반납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노조를 설득하지는 못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사상 최초로 조선 3사가 동반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와중에도 파업을 강행했다. 현재 노사는 추석 전 임금협상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그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조선업계 관계자들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