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간편식' 선두주자…제품·유통·가격 경쟁력 '3박자' 갖춰
소비심리 위축이 장기화되고 있다. 올 2분기 내수시장 소비성향은 71.6%로 집계를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가처분소득이 다소 늘었지만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치에 이르며 소비지출이 크게 악화된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소위 필수소비재로 분류되는 음식료업종의 지위가 부각된다.

실제 농축수산 가공품 및 필수품목군인 유지류, 조미료, 장류 그리고 주류, 생수 등에 대한 내수소비량이 전년 대비 호전된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음식료업종의 주가지수가 코스피지수 대비 90%에 육박하는 프리미엄을 받고 거래 중인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가정간편식 선두주자

'가정간편식' 선두주자…제품·유통·가격 경쟁력 '3박자' 갖춰
최근 들어 음식료업계는 내수시장 지각변동을 맞이하고 있다. 작년 평균출산율은 1.2명으로 장래 인구수를 추계했을 때 시장수축이라는 중장기 리스크를 피할 수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소비재업체가 취할 수 있는 전략은 제한된 시장 내 점유율 추가 확보와 새로운 시장의 선점이다. 기존 시장 점유율 전쟁은 라면, 주류, 식료품업계를 막론하고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신시장에 대한 열망은 더욱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앞서 주류업계의 리큐르소주 열풍이 그랬고 작금의 ‘HMR시장’이라는 키워드가 그렇다.

HMR(home meal replacement)은 가정간편식 형태로 즉석조리가 가능한 제품군을 아우르는 표현이다. 기존의 레토르트·냉동식품류가 있었지만 최근 1인 가구수가 전체 가구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며 수요량 및 관련 품목군의 확대가 가속화되고 있다.

올해 기준 1조5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HMR시장은 지난 5년간 연평균 14% 성장률을 보이며 업종 내 가장 유망한 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HMR 선도업체로 꼽히는 오뚜기는 표정관리가 쉽지 않다. ‘3분 카레’로 대표되는 오뚜기의 가정간편식 품목군은 HMR이란 ‘키워드’가 부각되기 훨씬 전부터 가정편의식 시장을 공략하고 있었다. 오랜 노하우에 기반한 제품력과 유통력, 가격경쟁력까지 두루 갖추며 안정적인 수익을 올렸다.

이 같은 안정적인 수익원을 바탕으로 라면시장 마케팅 공세를 가하며 작년에 라면시장 업계 2위에 등극했다. 라면 시장에서 부동의 1위인 농심까지 위협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올해 2분기 오뚜기는 전년 대비 매출은 5.5%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29.5% 늘어난 좋은 실적을 달성했다.

“소비트렌드 변화에 항상 발맞춰”

하지만 오뚜기의 향후 10년을 결정할 본게임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판단이다. HMR시장 진출업체가 우후죽순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 풀무원, 대상, 신송식품 등 식품가공업 경쟁업체들은 중복되는 HMR 제품군을 대거 출시했다. 신세계푸드(피코크), 현대그린푸드, 동원홈푸드 등 식자재유통업체들도 앞다퉈 경쟁구도에 진입했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싱글즈라이프)의 PB제품군 공습도 만만치 않다.

오뚜기가 라면사업에서 약진하고 있는 동안 상대적으로 캐시카우 품목군은 다소 불안한 모습이 연출됐다. 올 들어 점유율 약세가 감지되기 시작했는데 특히 카레제품은 경쟁사의 프리미엄 신제품 공세로 고전 중이다. 참기름은 전년 대비 시장점유율이 13.2%포인트 줄면서 하락세가 가장 두드러졌다.

저가전략이 주무기인 오뚜기에 ‘캐시카우’로 불리는 제품에서 점유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좋지 않은 신호다. 이 때문에 지난여름 가파른 주가 상승으로 이른바 황제주에 등극했던 오뚜기는 현재 전월 대비 주가가 29% 하락한 부진한 모습이다. 업종 대비 과도했던 밸류에이션 부담과 최근의 시장점유율 하락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오뚜기의 실적 전망은 여전히 나쁘지 않다. 소비 트렌드에 부합하는 가격정책 및 제품군 보유 측면에서 본질적 가치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오뚜기의 내수시장 의존도는 91.4%, 대형마트 및 편의점 채널의 비중은 42.4%에 달하는 까닭에 최근 시장상황 변화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

오뚜기는 신시장 키워드를 일찍이 선점했던 저력을 지닌 기업이다. 하반기 신제품의 성패와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크다.

조용선 < HMC투자증권 연구원 ys.cho@hmci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