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침만으로도 적잖은 효과 기대"
기업 "통상임금처럼 소송전 시달릴 것"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노·사·정 대타협 시한인 10일 이후엔 노동개혁 관련 5개 법안을 국회에 발의할 계획”이라면서도 “일반해고 요건과 취업규칙 변경은 법안 개정이 아닌 지침으로만 제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노동계가 극력 반대하는 일반해고와 임금피크제 도입 법안은 국회에 발의하더라도 야당의 저지로 통과가 어렵다는 현실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경제계가 강력하게 요구했던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 요건 명확화’는 정부 지침만 제시해도 적지 않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일반해고에 대한 정부 지침이 생기면 관련 소송에서 다툼의 핵심이 되는 ‘정당한 해고’의 불확실성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현행 근로기준법 23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에서는 횡령 등 위법 행위가 없으면 좀처럼 ‘정당한 해고 이유’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현행법을 고치지 않으면 저성과자 해고의 비용이 크다고 호소하고 있다. 법원이 정부 지침과 엇갈린 판결을 내려 소송이 난무했던 통상임금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등 경제 5단체는 지난달 3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불공정한 노동 관련 법규를 그대로 두고서는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없다”며 “정부 지침 형태가 아니라 법률 개정을 통해 노동개혁을 확실히 이뤄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정부 지침을 갖고 결국 대법원에선 이기더라도 예측불허인 1, 2심 등에서 소송비용과 시간을 허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금피크제 도입에 걸림돌이 되는 취업규칙 변경도 마찬가지다. 근로기준법 94조에선 ‘근로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경우에는 근로자 과반수(또는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제계에선 내년부터 정년 60세 연장이 현실화되는 만큼 임금피크제 도입의 장애물이 되는 취업규칙 변경 관련 법령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그러나 대법원이 인정한 사회통념성 합리성이 인정되면 취업규칙 변경을 허용하는 지침을 마련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
일반해고와 임금피크제 도입을 제외한 노동개혁 내용은 의원입법 형태로 법제화하기로 했다. 오는 14일 새누리당과 당정협의를 열고 관련 법안을 조율한 뒤 이번 정기국회에서 입법 작업을 마친다는 목표다. 개정을 추진할 법안은 △근로기준법(통상임금 범위 명확화, 근로시간 단축) △고용보험법(실업급여 연장 및 지급액 확대) △산재보험법(출퇴근 재해 인정) △기간제법(기간제 사용기간 2년 연장) △파견법(파견업종 확대 및 파견계약 명확화) 등 5개다. 경제계 관계자는 “당정협의나 여야 협의 과정에서 노동계가 극렬하게 반대하는 기간제법이나 파견법 등에 담기는 내용마저 후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