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력을 채용한 기업 중 하나는 삼성전자다. 2008년 18만명이던 임직원(전 세계 기준)은 지난해 32만명까지 늘었다. 스마트폰 호황을 누리며 마케팅과 소프트웨어 부문 등의 채용과 투자를 집중해 몸집을 불린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의 정체로 매출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응해 인력 예산 등에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인력 18만명→32만명된 삼성전자, 몸집 줄여 '불황 파고' 넘는다
인력 구조조정은 이미 진행 중

2009년 10월 삼성전자는 창립 40주년을 맞아 ‘비전 2020’을 발표했다. 2020년에 매출 400조원을 이루겠다는 원대한 계획이었다. 2011년 165조원이던 매출이 2012년 201조원, 2013년 228조원까지 증가하자 경영진은 비전 2020의 성공을 확신했다. 소프트웨어를 총괄하는 미디어솔루션센터(MSC), B2B(기업 간 거래)센터 등 각종 조직을 새로 꾸린 데 이어 글로벌마케팅실(GMO)을 확대하며 채용을 늘렸다. 인건비를 포함한 판매관리비는 2011년 20조6000억원에서 2013년 25조8000억원으로 급속히 증가했다.

확장 추세에 제동이 걸린 건 2013년 말부터다. 스마트폰 시장이 팽창을 멈추자 작년 매출은 206조원으로 전년보다 22조원 줄었다. 이런 추세는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상반기 매출은 95조원으로 100조원을 밑돌았다. 하반기에 분투한다 해도 올해 매출 200조원을 넘기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인력 및 예산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배경이다.

삼성전자의 인력 구조조정은 시끄럽지 않다. 지난해 삼성생명이 1000여명을 솎아낼 때 잡음이 컸던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조용한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인사팀이 퇴직 대상자를 1 대 1로 면담해 명예퇴직 패키지를 제공하며 퇴직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인력 감축 목표는 재무 관리 경리 인사 감사 홍보 법무 등 지원부문 인력의 10% 수준으로 알려졌다. 연말 조직 개편 등을 앞두고 지원부문이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삼성전자 최고경영진의 판단으로 전해졌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정년 연장을 앞두고 부장급 인력을 솎아낼 필요도 있다.

삼성전자의 한국 근무 직원은 2011년 6월 말 기준 10만400여명(삼성디스플레이 분사 전)이었으나 올 6월 말엔 12만4800여명(삼성디스플레이 인력 포함)으로 2만4000명(24.3%) 이상 늘었다. 임원은 같은 기간 1001명에서 1324명으로 32.3% 증가했다. 이 때문에 연말 인사에서는 임원을 최대 30%까지 줄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감사팀)이 상반기 이익이 줄어든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에 대해 감사를 마친 데 이어 최대 사업부인 무선사업부(IM) 감사에 착수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내년 일반경비 50% 감축 추진

‘비용 감축’은 올해 삼성전자 내부를 지배하는 화두다. 매출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이익을 늘리는 방법은 비용 감축뿐이어서다. 삼성전자가 상반기 지출한 판매관리비는 10조89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12조6700억원)보다 1조7800억원(14%) 줄었다. 이런 식이라면 올 판매관리비는 20조원을 약간 웃돌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올 들어 글로벌 마케팅과 스포츠 후원 등 본사 차원에서 주도하는 브랜드 마케팅 비용을 대폭 깎았다. 재무 인사 감사 법무 홍보 등 부문별로 회식비까지 줄였다. 직원들이 마시는 ‘삼다수’ 구매까지 줄이면서 “김영란법을 시행 중”이라는 농담이 나돌 정도다.

삼성전자는 올해 편성된 예산을 사용하지 않는 방법으로 경비를 절감했다. 내년엔 아예 경영계획 단계부터 예산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지난달부터 내년 경영계획 편성에 들어간 가운데 재무팀은 편성 가이드라인에서 일반 경비를 부서별로 50%까지 줄이라고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긴축’이란 말이 딱 어울린다는 게 내부의 시각이다.

삼성전자는 부서별 협의를 거쳐 오는 11월 초까지 내년 경영계획 편성을 마무리짓고, 11월 말로 예정된 글로벌 경영전략회의에서 최종 확정한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