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동안 10원씩 오르락내리락…수출기업 '환율 멀미'에 진빠진다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하루 동안 10원가량 오르내리는 날도 적지 않다. 국내 수출입 기업들은 롤러코스터처럼 움직이는 원·달러 환율 때문에 번번이 달러 매수·매도 시점을 놓치고 있다며 하소연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지난 8월 한 달 동안 거래된 원·달러 환율의 일중 변동폭(장중 고가에서 저가를 뺀 수치)은 하루 평균 8원60전에 달했다. 일간 변동폭(당일 종가에서 전일 종가를 뺀 수치)은 6원50전으로 집계됐다. 일중 변동폭은 유럽 재정위기가 한창이던 2011년 10월 이후 3년10개월 만에 최대치다.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진 것은 지난달 중국의 갑작스러운 위안화 평가절하와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때문에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0원 가까이 급등락하는 거래일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26일엔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 영향으로 달러당 1194원30전까지 올랐다가 중국의 경기부양책에 따른 아시아 주식시장의 반등으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완화되며 1185원까지 떨어졌다.

달러 수요가 많은 수출입 기업들은 널뛰는 환율에 신경이 곤두섰다. 달러 변동성이 커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팔거나 대금 결제를 위해 달러를 사야 할 시기를 가늠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 트레이더는 “기업들이 원·달러 거래를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며 “꼭 거래를 해야 하는 기업들은 1170원대에 달러를 사고 1200원 가까이 올라가면 달러를 파는 단순한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동성이 커지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일정 기간 후에 달러를 정해진 가격에 사거나 팔 수 있는 선물거래도 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월 하루 평균 18만1281계약(거래액 1조9734억원)이 거래됐던 미국 달러 선물은 지난달 23만7306계약(거래액 2조8014억원)으로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널뛰기 환율 움직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선물회사 외환시장 담당자는 “미국의 금리인상 기대 강화와 주요국의 환율 절하 경쟁 재점화 가능성 등을 종합해 볼 때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외환당국이 시장의 안정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지난 1일 공개한 8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지속적으로 원화 환율의 변동성을 축소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금통위원도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시장 안정화를 위한 효율적인 정책수단을 적시에 가동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