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정춘섭 칩샷올카바아카데미 원장
10m 칩샷 원리 알면 100m도 그린에 '척척'
몸통 왼쪽으로 살짝 기울이면 다운블로 쉬워
머리 고정·겨드랑이 붙이기 얽매이지 말아야
이런 반가운 우연이 있을까. 왼손 엄지손가락 부상으로 약속한 라운드를 취소할까 고민하던 차에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안정을 취했으면 좋겠다는 거다. 둘 다 부상 중이니 ‘잘됐다’ 싶었다. 마침 오락가락하는 쇼트 게임이 문제 였다. 하루 연습을 안 하면 자신이 알고, 이틀 안 하면 캐디가 알며, 사흘을 안 하면 갤러리가 안다던가. 딱 그짝이다. 그에게 말했다. “저 좀 잡아주세요!”
○박인비처럼 다운블로로 쳐야
“샷을 다운블로로 치세요? 어퍼블로로 치세요?”
지난 1일 만난 정춘섭 칩샷올카바아카데미 원장(57)의 첫마디는 알쏭달쏭했다. 쇼트 게임을 가르쳐 달라고 했더니 ‘스윙 관점’부터 물었다. 1번홀 티샷을 잠시 멈췄다. “드라이버는 어퍼블로, 아이언은 다운블로, 우드는 쓸어치는 거 아니냐?”고 아는 체를 했더니 “그래서 문제”란다. “모든 샷은 다운블로로 치는 게 좋아요. 50%의 스윙만으로도 거리는 충분합니다. 언더도 칠 수 있어요.”
관점이 여럿이면 샷도 여럿 나오고 실수도 잦아진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숙련시키기도 힘들다. “다운블로로 치면 헤드 무게를 쉽게 느낄 수 있어 거리가 나고 스핀으로 공을 잘 세울 수 있으며, 뒤땅이나 토핑이 날 가능성도 현저히 줄어든다”고 했다. 아이언과 웨지는 그렇다 치고, 드라이버와 우드까지 그렇다니 의아했다.
“낮게 날아가 비거리를 손해볼 것 같지만, 오히려 백스핀이 먹으면서 발사각과 체공시간이 좋아집니다. 대세에는 지장이 없어요. 박인비를 한번 잘 보세요. 구질과 방향이 단순해져 OB가 잘 나지 않는 등 장점이 더 큽니다.”
○세워-기울여-왼쪽으로 돌아!
그 좋은 다운블로가 쉬웠으면 100돌이들이 전체 골퍼의 90%를 넘었을까. 정 원장은 2번홀에서 세컨드 샷을 굳이 온그린시키지 말고 편하게 치라고 했다. 핵심인 10m 안팎 칩샷을 익히기 위해서다. 드라이버 거리도 180~200m 정도만 보내면 된단다. 거리를 내려다 실패할 바에야 편안하게 티샷하고, 온그린을 시도하다 샷 미스가 나는 것보다 그린 주변에 떨궈 칩샷으로 해결하는 게 ‘파 세이브’ 확률을 더 높인다는 이유에서다. “LPGA 프로의 그린 적중률이 50%대예요. 아마추어는 3~4개만 해도 ‘생큐!’라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칩샷에 자신이 있으면 오히려 미스샷을 즐기게 된단다. 그린으로 걸어가자 그린 15m 밖에 공이 떨어져 있었다. 어드레스를 한 뒤 왼쪽 다리에 무게를 어정쩡하게 싣자 그가 “더, 더, 더, 더” 하면서 왼쪽 호주머니를 잡아끌었다. 넘어질 뻔한 걸 겨우 버티자 그가 말했다. “바로 그 시점까지 무게를 왼쪽에 실어야 합니다. 그래야 시계추가 낮은 곳으로 떨어지듯 클럽을 살짝 끌기만 해도 헤드가 중력의 도움을 받아 자동으로 떨어지거든요.”
다운블로의 핵심이 바로 ‘틸팅(tilting)’, 즉 왼쪽으로 몸통을 2~3도 가량 살짝 기울이라는 얘기다. 무게중심 이동은 백스윙을 위해 클럽과 팔이 오른쪽으로 옮겨간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 이상 움직이면 스웨이로 간주한다. 왼쪽 어깨, 오른쪽 어깨도 백스윙, 다운스윙 때 턱밑으로 밀어 넣을 이유가 없다. 피니시도 불필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다양한 칩샷 기술부터 익혀야
자꾸 토핑이 나자 그가 시범을 보였다. 왼손으로만 15m짜리 칩샷을 홀컵에서 1m 이내에 붙였다. 공 2개를 더 달라고 하더니 이번엔 오른손으로만 홀컵에 공을 붙였다. 이렇게 120m까지 정교한 칩샷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운블로로 찍어치고 끊어치기 때문에 공이 멀리 도망가지 않아요. 스핀을 먹어서 홀컵 주변에서 브레이크가 자동으로 걸리거든요.”
샌드웨지 하나로만 칩샷을 하면 산수 수준의 트러블 샷만 해결할 수 있는 데 비해 8번이나 9번을 적절히 활용해 러닝, 칩 앤드 러닝, 로브(띄우기) 앤드 러닝 등을 구사하면 복합 라이 트러블 샷 등의 고난도 수학도 풀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아이언과 드라이버, 우드 샷의 스윙 원리도 같다. 말하자면 백스윙할 때 클럽을 수직으로 세우고, 왼쪽 다리에 무게중심축을 만든 뒤 왼쪽으로 돌아서는 것이니 ‘좌향좌 스윙’인 셈이다. 오히려 일반 스윙보다 오차가 적다고 한다. 회전 반경이 많아야 우측으로 90도, 좌측으로 90도, 합이 180도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페이스와 공이 직각으로 만나는 구간이 그만큼 길어져 공이 이리저리 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배려 골프가 더 강해
정 원장은 많은 프로의 레슨이나 동영상에서 ‘머리는 절대 들면 안 된다. 오른팔꿈치는 겨드랑이에서 절대 떨어지면 안 된다’는 식의 교습이 많은 아마추어에게 상처를 입히고 고생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몸이 감당하기 어려운 골프 스윙을 익히다 보니 골프가 즐겁지 않고 고행이 된다는 것. 골프는 배려의 운동이라고 그는 말했다. 비거리든 타수든 상대방을 이기려는 마음을 버리는 순간 동반자가 오래 기억하더라는 것이다. 후반 마지막 홀 312m짜리 파4에 이르자 호기심이 발동했다.
“장타로 여럿 울렸다던데, 하나는 보여주고 가셔야 배려죠!”
욕심을 버린 지 오래라던 그의 눈빛이 동요했다. “팔꿈치가 괜찮으려나 모르겠네. 살살 한 번 해볼까?”
그가 몸만 왼쪽으로 돌려 다운스윙을 하는 이른바 ‘박인비식 좌향좌’ 스윙을 했다. 공이 까마득히 날아갔다. 그린에 빨간색 점이 하나 보였다. 캐디가 환호했다. “와! 올라갔어요!” 난생 처음 보는 원온이었다.
장소협찬 = 솔트베이골프클럽
시흥=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