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증시투자전략] '바닥 다진' 반등장으로 보이는데…뭘 살까?
대내외 악재로 8월 주가 급등락을 경험한 국내 증시가 다음달에는 바닥을 다지고 반등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9월 중순 열릴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전까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지만, 갈수록 저점을 높여가는 반등이 진행될 것으로 증시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가 긍정적인 결과를 내놓으면서 금리인상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시장이 경기회복 모멘텀(상승동력)에 주목하기 시작한 데다 중국발(發) 경기우려도 정부의 부양책 덕분에 안정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셀 코리아(sell korea)'를 외치고 있는 외국인들 역시 9월 선물·옵션 만기일(10일) 이후로 진정, 프로그램(차익) 매수 유입과 더불어 '매수 우위'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불확실성이 걷히는 다음달 중순을 겨냥해 대형 가치주(株)와 저 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 위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 미국 금리인상, 하거나 연기하거나…"맞춤형 전략으로 대비해야"

지난 주 초반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에 이은 주 후반 중국 증시의 반등으로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가 향후 지수의 향방을 결정할 주요 변수로 꼽히고 있다.

이재만 하나대투증권 시황·전략팀 연구원은 "만약 미국이 9월에 금리를 올리면 '금리인상 시기 지연'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에 반(反)하는 정책이라서 '패닉'을 경험할 수 있다"며 "지금은 투자 경기 위축과 환율전쟁으로 인해 달러 약세 전환이 쉽지 않고 글로벌 교역량 정체에 따른 국내 기업 매출 역성장 등이 겹치면서 증시에 부정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이 경우에는 국내 증시의 지지선을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으로 찾아내기 쉽지 않을 것이란 설명. 다만 "최악의 상황에서도 지켜낸 기술적 지지선이 중요해 질 것"이라며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에서 사수한 코스피(KOSPI) 120개월(10년) 이동평균선(1750포인트)이 지지선 역할을 해 줄 것"으로 내다봤다.

9월 금리인상이 지연될 경우 국내 증시는 반등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나아가 중국과 한국이 추가 경기부양책으로 금리인하 카드를 꺼낸다면 증시의 반등 폭 역시 커질 것으로 이 연구원은 판단했다.

이 연구원은 그러나 "원자재 수출국 통화가치의 급락과 중국 경기의 둔화 우려가 남아 있고 엔화와 유로화의 투기적 순매도 포지션 등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여진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또 국내 기업의 3분기 이익추정치가 하향 조정되는 동시에 주가가 오를 경우 코스피 상단(2150포인트 예상)에 근접할수록 기대수익률이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인상이 지연돼 유동성 장세가 수명을 연장하고, 이를 통한 증시 반등 국면에서는 주식 비중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 연구원의 판단이다. 따라서 그는 9월 투자전략으로 '자산가치의 훼손 우려가 적은데 현금성 자산 비중이 높고 순부채 비율이 낮은 기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리콘웍스, 아이마켓코리아, 원익머트리얼즈, 와이지엔터 등이 해당 관심주로 꼽혔다.

◆ "'바닥 다지기' 단계다…공포 심리를 극복할 대형 가치株 주목"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해도 국내 증시가 이미 '바닥 다지기'에 나서고 있어 '저점 매수' 기회로 삼아 대형주와 낙폭과대주 위주로 주식보유 비중을 늘려나가야 한다는 분석도 상당수다.

최동환 신한금융투자 기술적분석팀 연구원은 "7월 이후 300포인트 가량 급락하던 코스피가 진정 국면에 들어섰다"며 "투매 이후 가파른 반등으로 증시의 상승 탄력이 다소 둔화될 수 있지만, 기술적으로 지수의 반등 목표치는 순차적으로 1950포인트와 2000선으로 설정한다"고 말했다. 이는 각각 올해 7월 이후 낙폭인 300포인트의 50% 되돌림 수준과 올해 4월 고점 기록 이후 낙폭인 400포인트의 50% 되돌림 구간과 일치한다.

이어 "이 구간대에서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욕구가 높아지면서 향후 저항선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전술적으로는 1950포인트 이상에서는 일정 부분 차익 실현을 통한 현금을 확보해 둔 뒤 단기 불확실성이 사라지는 9월 중순 이후 비중 확대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윤영규 LIG투자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도 "시장이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보다 경기회복 모멘텀에 대한 기대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로 외국인 매수세도 점차 강해질 것으로 보여 대형주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단기 급등을 이끈 낙폭 과대주 대신 기존 주도주의 '안도 랠리'를 기대하거나 일본 불황기에 시가총액(주식을 시가로 표시한 금액) 순위가 오른 기업 컨셉트를 장기 투자테마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와 눈길을 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은 "통화적 요인(달러 약세)에 따른 유가플레이와 환플레이(원화 약세 진정)에 대응해 화학, 철강, 정유, 금융의 비중 확대와 필수소비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화장품 주식 등 기존 중국 소비의 핵심 테마 역시 9월 말 중추절과 10월 초 국경절 연휴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오 연구원은 덧붙였다.

특히 일본 불황기에 시가총액 순위가 상승한 기업 컨셉트를 한국 장기 투자테마로 활용해 볼 것을 오 연구원은 권했다. 그는 "시대상황의 반영과 고객 맞춤형 서비스 기업(Secom, KAO), 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으로 선택과 집중을 한 기업(Canon, Kyocera), 연구개발(R&D) 확대에 나선 기업(Takeda, Eisai) 등이 그 주인공"이라고 설명한 뒤 "에스원, 한화테크윈, LG생활건강 등이 한국 불황기에도 살아남을 주식"이라고 제시했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