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경영 업그레이드'] GE, 21세기로 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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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10%룰 없애고 피드백 강화
그런 GE가 회사 운영의 뼈대인 인사시스템을 대대적으로 바꾸고 있다. ‘10%룰’로 대표되는 웰치 시대의 인사평가 방식을 30년 만에 전면 혁신했다는 소식이다. 10%룰은 매년 평가를 통해 최하위 10% 그룹을 도려냄으로써 성과 지향의 경쟁력 있는 조직을 만들려는 평가 방식이다. 평가는 재무적 목표에 대한 정량적 평가인 ‘성과’ 평가와 4E, 성실성 등을 기준으로 한 정성적 평가인 ‘잠재력’ 평가로 이뤄진다. 잠재력의 지표인 4E는 결단력(edge) 열정(energy) 활력(energize) 실행력(execute) 등이다. 이 평가를 통해 상위 20%는 핵심 정예 인재, 70%는 지속적 육성 대상, 그리고 나머지 10%는 해고 대상인 꼬리집단으로 분류한다.
간부들에겐 하위 10%를 선별하는 것이 고통이었다. 실제 제도 시행 3년차 때는 직원들의 성과가 너무 좋아 도저히 10%까지 저성과자를 채울 수 없었다. 그러나 ‘중성자 잭’은 무조건 10%를 강요했다. 그것이 GE의 20세기였다. 회사가 정한 틀에 맞지 않는 저성과자는 무조건 도려내는 비정한 시스템이었다. 1등 GE가 그렇게 하니 대유행처럼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표준이 됐다.
이런 10%룰이 폐기되는 것은 시대를 바꾸는 역사적 사건이다. GE는 인사와 평가에 관한 한 웰치 시대의 유산이 21세기에는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 요인은 기술이다. 전사 직원들의 성과와 활동이 ERP(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 안에 들어 있고 사내 통신망과 연결돼 있어 이제 성과평가를 수시로 할 수 있다.
연간 평가 자체가 무의미해진 것도 상당한 계기가 됐다. 평가와 보상 시기가 연간이 아니라 분기로 당겨지고 있는 것이 최근 추세다. 또 신세대 직장인들의 달라진 요구도 구식 평가 방식의 폐기를 가속화했다. 소셜미디어로 항상 네트워크 선상에서 연결돼 있는 젊은 사원들은 연말에 한 번 있는 A, B, C 평가보다는 페이스북에서처럼 상사가 수시로 보내는 ‘좋아요!’ ‘잘했어요!’ 등의 메시지를 실질적인 평가로 믿는 경향이 있다.
권위적 잭 웰치 시대와 결별
21세기는 저성장의 시대다. 그저 땀만 흘려서는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 뭔가 창의적이고 독창적이며 차별화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선택받지 못한다. 회사가 틀을 정해놓고 거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10%를 도려내는 건,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낼 수 없는 보수적이고 딱딱한 시스템이었다.
구글은 회사에서 먹는 간식이나 밥이 전부 공짜다. 애플엔 집에 가지 않고 밤새워 자기 일을 하는 ‘또라이’들이 넘친다. ‘늙은 기업’ GE는 옛방식으론 이런 인재를 모두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훨씬 더 인간적이고 생동감 있는 인사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인재 쟁탈전이 GE를 21세기형 기업으로 바꾼 모양이다.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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