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방탄국회 안돼…野 지도부 결단해야"
野 "더 숙고해야"…국정원 현안질의 등 요구

여야는 11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박기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 문제를 두고 '줄다리기'를 벌였다.

여당은 '방탄국회'는 안 된다며 야당 지도부의 결단을 요구했으나 야당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여론 눈치를 보며 사실상 '시간끌기'에 들어갔다.

나아가 여당은 13일까지 체포동의안 처리를 요구하면서 직권상정 및 단독처리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에 야당은 이전 여야 합의가 지켜지지 않았다면서 의사일정 협의에 응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맞섰다.

새누리당은 박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원칙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방침을 굳혔다.

'불체포특권 포기'를 당론으로 정한 만큼 여야를 막론하고 비리 의원에 대해선 예외를 둘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체포동의안 처리 여부를 놓고 확실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 새정치연합이 지도부 차원에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압박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방탄국회'의 오명을 쓰지 않도록 야당은 조속히 본회의 일정에 합의하고, 본회의에 참석해 표결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체포동의안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를 오는 13일까지 열어야 한다는 데 변함이 없다"며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당의 어정쩡한 자세를 정리하고 표결 참여로 이끄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체포동의안의 물리적 처리 시한인 13일까지 야당이 본회의 개최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 상정을 해서라도 체포동의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여론을 살피며 의사일정 협의를 위한 전제조건 이행을 여당에 요구했다.

문재인 대표가 '방탄' 역할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박 의원의 구명운동과 당내 동정론을 의식해 '박기춘 구하기 모드'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가 됐다.

이미 방향은 정해졌다고 본다"면서도 "이런 문제는 저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시간이 있으니까 좀 더 숙고하겠다"며 언급을 피했다.

체포동의안을 처리키로 입장을 굳혔을 경우 이를 밝히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고려하면 이 같은 태도는 결국 체포동의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기로 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원내의 한 핵심 관계자도 "자수하고 탈당하고 불출마선언까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 것으로 본다"며 "이런 문제로 '방탄' 한다고 욕을 먹어도 두렵지 않다고 생각하는 의원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체포동의안 처리 문제를 포함해 8월 임시국회 후속 의사일정 협의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국정원 해킹의혹 관련 긴급 현안질의, 국정조사 협조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야당 내에서도 섣불리 '제식구 감싸기'에 나설 경우 '방탄국회'라는 여론의 역풍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아 결국은 표결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표결 처리가 합의된다 하더라도 통과 여부는 장담하기 힘든 형편이다.

체포동의안 가결 정족수는 '재적의원의 과반수 출석, 재석의원의 과반수 찬성'이지만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내에서도 탈당과 불출마 선언까지 한 박 의원에 대해 동정론이 나오고 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상당수 의원들의 참석도 불투명해 여당이 단독으로 체포동의안 처리를 시도할 경우 의결정족수를 채울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 수석부대표는 "본회의가 열려 체포동의안이 상정된다면 휴가 중인 의원들도 모두 소집해 표결에 참여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홍정규 기자 jo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