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의자뺏기·세대전쟁 돼선 곤란"·경영계 "조금씩 양보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6일 대국민 담화에서 청년 취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 개혁을 첫째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청년실업률이 10%를 넘어섰고, 미래가 불안한 청년들이 연애, 결혼, 출산도 포기하는 '3포 세대'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고 우려했다.

박 대통령은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토대이자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적인 열쇠"라며 노동 개혁을 통해 '고용과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그러나 청년 취업 문제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불거진 것이어서 해법을 놓고 노사정간 입장차가 첨예하게 빚어지고 있다.

정부는 정규직·고임금 근로자의 고통 분담과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모색하고 있다.

그 수단이 임금피크제 확대, 능력과 성과에 따른 임금 차별화 등이다.

고용부가 추진하는 취업규칙 변경, 일반해고 지침 도입 등도 포함된다.

◇ 노동계 "의자 뺏기 안된다…상생은 필요"
노동계는 '힘없는 근로자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정책이나 세대 간 갈등을 강조하는 프레임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전날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아 청년 일자리가 안 생기는 것처럼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 간의 '의자 뺏기'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7월 말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과 면담에서도 "청년 실업의 악화 원인에는 정부 경제정책의 실패 등 여러 요인이 있을 텐데 마치 정규직 과보호로 청년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처럼 모든 책임을 노동계에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계는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업장 여건, 인력 수급, 임금 수준이 각기 다른 상황에서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현대판 고려장'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한국노총 강훈중 대변인은 "임금피크제가 그렇게 시급한 제도라면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정부 부처도 도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솔선수범 없이 노동계의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1분기 말 30대 기업의 사내 유보금이 710조에 이른다"며 "기업은 곳간부터 풀어 인력 채용에 나서고, 정부는 OECD 2위의 '장시간 노동' 구조를 줄이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박성식 대변인도 "정부의 현재 자세는 노동계에 책임을 넘기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정부가 최근 내놓은 일자리 대책도 비정규직·간접고용 위주라며 정규직·직접고용 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경영계 "담화 환영…세대 간 상생, 노사 동반성장 계기 돼야"
기업 측은 대통령 담화에 공감하고 적극 동참한다는 입장이다.

경총은 "경영계는 대통령이 노동 개혁의 필요성과 추진 의지를 다시 한 번 명확히 한 점에 공감한다"며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총은 또 "노사 한 쪽의 유불리를 따지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이 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함으로써 노동시장의 활력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 측도 "청년 고용 문제에 대해서는 모두가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함께 노력할 부분이라는 공감대는 형성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경상 대한상의 기업환경조사본부장(상무)은 "노동 개혁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기회에 노사정이 하나로 뜻을 모아 세대 간 상생이나 노사 간 동반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들고 신·구 세대 간의 일자리 경쟁 등 노동시장 환경이 점차 불안해지고 있다"며 "노사정이 조금씩 양보해 청년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수 있도록 노동 개혁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연합뉴스) 임주영 김동규 기자 zoo@yna.co.kr, d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