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타임즈의 확대경] LPG의 절박한 하소연
2012년 국토교통부 산하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연구원에서 정유사가 시중에 공급하는 연료의 탄소함량을 조사한 적이 있다. 당시 연료 1L에 들어 있는 탄소는 경유 709개, 휘발유 613개, 액화석유가스(LPG)는 474개로 파악됐다. 세 연료의 탄소함량 차이가 매우 극명했던 셈이다.

일반적으로 자동차에서 연료의 탄소함량 차이는 곧 효율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연료 1L에 탄소가 많이 담길수록 L당 주행거리인 효율이 높을 수밖에 없어서다. 태울 수 있는 탄소가 많으니 그만큼 멀리 간다는 뜻이다.

그런데 세 가지 연료를 태울 때 연소율이 같다고 가정하면 ㎞당 배출가스는 탄소함량이 적을수록 유리해진다. 예를 들어 연소율이 90%인 내연기관에서 각각의 연료를 1L씩 태우면 경유는 70개, 휘발유는 61개, LPG는 47개의 탄소가 배출된다. 반면 주행거리는 탄소함량이 많은 경유, 휘발유, LPG 순으로 짧아지기 마련이다.

이런 연료의 근본적인 태생을 두고 언제나 서로 목소리를 높이는 곳은 정유사와 LPG회사다. 정유사는 L당 주행거리를, LPG는 L당 탄소배출량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에너지회사 간 충돌은 자동차회사로 번지기도 한다. 지난해 말 논란이 벌어졌던 저탄소협력금제도가 대표적이다.

디젤 엔진을 많이 쓰는 곳은 L당 주행거리와 차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LPG업계는 단위 연료당 배출가스를 기준으로 저탄소차를 지정해야 한다고 맞섰다. 결국 제도 자체가 연기됐지만 연료 업계마다 친환경의 기준을 바라보는 시각이 첨예하게 대립 중이어서 결론 또한 쉽지 않다.

[오토타임즈의 확대경] LPG의 절박한 하소연
이런 상황에서 LPG업계가 먼저 묘수를 들고 나왔다. LPG차 사용 제한을 풀어달라는 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LPG 세율이 낮다는 이유로 사용자를 제한하는 게 과연 합당하냐는 것이다. 현재 LPG차는 택시, 렌터카, 국가유공자, 장애인이 구입할 수 있다. 물론 국가유공자와 장애인용 LPG차는 사용 후 5년이 지나면 일반 구매자가 중고차로 되살 수 있으나 이외는 제한돼 있다. 이번에 LPG 업계가 요구한 것은 택시와 렌터카의 일반 구매 허용이다. 장애인처럼 택시와 렌터카도 5년이 지나면 누구나 살 수 있도록 해주자는 게 건의의 핵심이다. 일반 중고차로 되팔기 위해 LPG를 쓰다 휘발유 엔진으로 개조하는 불필요한 비용 낭비를 없애고, LPG가 친환경 연료이니 배려해도 된다는 목소리를 내는 중이다. 한마디로 연료의 선택권을 소비자에게 주자는 의미다.

물론 이를 바라보는 정유업계는 불편한 속내를 내비친다. 더불어 연료 선택권을 소비자에게 주려면 현재 휘발유와 경유, LPG에 부과되는 유류세율도 공정해져야 한다고 맞선다. 휘발유 대비 50%에도 못 미치는 LPG 세금이 L당 주행거리가 상대적으로 긴 경유차의 장점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LPG업계는 5년이 지난 택시 및 LPG 렌터카의 일반 구매를 허용해도 수요가 많지 않아 세수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게다가 택시가 일반 자가용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건의문을 전달한 배경은 줄어드는 LPG 연료의 숨통을 조금이라도 넓히기 위해서라는 답변을 내놓는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영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디젤 퇴출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디젤의 질소산화물과 매연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연구 결과 때문이다. 지금까지 유류세로 정부 세입과 연료 가격을 조정해왔던 정부로선 유럽의 연료별 환경 정책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덕분에 L당 주행거리가 아니라 탄소배출량으로 무게추가 기울지도 모르겠다.

권용주 < 오토타임즈 기자 soo4195@autotime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