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국에서 들려오는 변혁의 뉴스들이 자못 흥미롭다. 복지삭감, 노동개혁, 감세에 이어 말 그대로 ‘작은 정부’를 밀고가는 보수당의 ‘캐머런 개혁’이 우리 눈을 번쩍 뜨게 했다. 이번엔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 전 총리다. 소위 신(新)노동당 노선으로 1997년부터 10년간 집권했던 그가 당권다툼에 열심인 노동당을 향해 작심한 듯 쓴소리를 퍼부었다. 마치 한국 야당 새정치민주연합에 주는 충고 같다.

블레어는 무엇보다 “낡은 좌파 공약으로는 노동당이 더 이상 승리할 수 없다”며 “익숙한 과거로 돌아가 안주하려 들지 말고 제발 미래로 나아가라”고 충고했다. “기업을 지지할 때라야 승리할 수 있다”는 대목도 인상적이다. 강경 좌파가 당대표 경쟁에서 앞서는 것에 대해서도 “1980년대식 좌파 공약으로 돌아간다면 향후 20년간 정권을 못 잡을 것이며, 설사 강성 좌파 공약으로 선거에서 이겨도 나는 따라가지 않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의 말을 연결해 보면 단순히 한 정치인의 노선변경이나 변절은 아니다. 소위 ‘제3의 길’로 세 차례 연속 집권한 노회한 정치인의 냉정한 현실인식이다. 세계사의 흐름에 대한 안목과 이 시대 국민에게 필요한 게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이 있다.

한국의 야권에는 이런 충언을 하는 전직도, 원로도 안 보인다. 연일 저급한 계파싸움에다 국회선진화법을 무기로 국정의 발목이나 잡는 야당은 독불장군이다. 노동개혁을 ‘중산층 죽이기’라며 반대하는가 하면 한시가 다급한 추경예산안에 법인세 인상을 결부시켜 가로막기도 했다. 제대로 된 정책대안이 있을 수가 없다. 야당이 지리멸렬이니 집권여당까지 제구실을 못 한다. 결과는 정치와 국회에 대한 국민의 냉소와 경제 후퇴다. 새정치연합이 공당으로 거듭나고 진정 집권도 원한다면 블레어의 지적을 되새겨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