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인터넷 달궜던 드레스 색깔 논란…뇌가 내린 각기 다른 판단의 결과
최근 드레스 한 벌이 색깔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같은 드레스 사진을 두고 사람에 따라 그 색을 완전히 다르게 인식했기 때문이다. 인터넷 설문조사에 따르면 똑같은 사진을 본 사람 중 60%는 ‘금색, 하얀색’으로, 40%는 ‘검은색, 파란색’으로 보인다고 답해 한바탕 논쟁이 벌어졌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김대식 KAIST 전기전자과 교수는 《이상한 나라의 뇌과학》에서 “지금 우리 눈에 보이는 세상은 ‘인풋’ 그대로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뇌의 해석을 이미 거친 ‘아웃풋’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세상을 보는 ‘통로’가 되는 눈, 코, 귀는 너무나 불완전하기에 각자의 뇌는 이 불완전한 정보를 가지고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같은 드레스가 다르게 보이는 것이 신기한 게 아니라 서로 다르게 보는 세상을 같다고 착각하며 살아가는 우리가 신기할 뿐”이라고 말한다.

김 교수는 뇌과학이란 프레임을 가지고 ‘비논리적 세상’에 과학적 질문을 던진다. ‘드레스 색깔 논란’ 외에도 과학과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행복의 가격’ ‘남과 다를 수 있는 권리’ ‘존재적 외로움’ ‘불통과 소통’ 등의 주제를 다룬다.

저자는 과학적 근거를 통해 ‘남자는 여자를 몰라도 정말 몰라’라는 명제가 어느 정도 사실이라고 설명한다. 여성은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할 때 기억을 좌우하는 해마와 공감을 만들어내는 거울뉴런 영역 모두 활성화되지만, 남성은 대부분 본인의 기억만을 기반으로 타인을 판단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타인의 고통에 더 이상 공감도 개입도 할 의지가 없는 현대인의 심리 상태를 지구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고문과 학살을 예로 들며 설명한다. 현대인은 인터넷에 올라온 한 명의 참수 영상에 대해선 충격적인 반응을 보이지만 100명, 1000명의 참수에 대해선 지루해한다고 지적한다. 이런 문제의식은 어떻게 해야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남의 어려움을 자신의 문제로 인식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책을 추천한 김은옥 교보문고 광화문점 북마스터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회 이슈나 현상을 과학뿐 아니라 문학, 철학, 신학 등을 넘나드는 깊이 있는 지식과 통찰을 통해 읽는 즐거움을 안겨준다”며 “비상식적인 세상에서 상식적으로 살기 위해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 시작한 대학생들이 한 번쯤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라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