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3000여명 감원한다…실적부진에 반독점 조사 등 악재
세계 최대 모바일칩 제조업체 퀄컴이 실적 부진에 따라 3000여명의 감원을 준비 중이라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3만명인 퀄컴 전체 직원의 약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퀄컴이 2분기(4~6월) 실적을 발표하는 22일 감원과 함께 분사계획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수익성이 높은 라이선스사업부(QTL)를 칩설계사업부(QCT)와 분리하는 내용이다.

스마트폰 시장 성장과 함께 지난해까지만 해도 승승장구했던 퀄컴은 올 들어 곳곳에서 악재를 만났다.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퀄컴의 최신 ‘스냅드래곤810’ 칩은 올초 발열 논란에 휘말렸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퀄컴 칩 사용을 꺼리는 계기가 됐다.

중국 화웨이는 자사 AP인 ‘기린’ 칩을 썼고, 중국 중저가 스마트폰 업체들은 대만 미디어텍의 칩을 갖다 썼다. 특히 퀄컴 최대 고객인 삼성전자가 갤럭시S6에 직접 제조한 ‘엑시노스7420’ 칩을 쓴 것은 퀄컴에 상당한 타격이 됐다.

퀄컴 AP칩을 쓰지 않는 애플 아이폰의 판매량 급증, 스마트폰 시장 포화에 따른 가격 하락도 영향을 줬다.

각국의 반독점 조사도 부담이다. 퀄컴은 올 2월 중국 정부에 9억7500만달러(약 1조1200억원)의 합의금을 내고 반독점 조사를 무마했다. 한국과 유럽에서도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추후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지난 1분기(1~3월) 퀄컴의 영업이익은 12억98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0.5% 감소했다. 중국에서의 합의금 영향으로 순이익은 46.2% 급감했다. 2분기 실적도 부진한 것으로 추정된다. 스티브 몰렌코프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지금 상황이 퀄컴 경쟁력의 하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칩설계사업부의 부진은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퀄컴의 대응은 일단 비용을 절감하는 데 있다. 연구개발(R&D) 활동을 인도로 이전하고, 3000여명의 감원을 검토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WSJ는 퀄컴이 분사하면 인텔이 칩설계사업부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