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분권 실천 약속' 합의…생활밀착형 사무권한 자치구에 위임
25개 자치구 중 강남구는 불참…"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다"

서울시가 자치분권을 강화하기 위해 조정교부금 교부율을 인상하는 등 자치구에 대한 재정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자치구가 더 잘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사무는 서울시가 자치구에 적극적으로 권한을 위임한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서울 시내 자치구청장들은 21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치분권 실천을 위한 약속' 합의문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우선 열악한 자치구의 재정상황을 고려해 조정교부금 교부율을 인상, 현재 97.1% 수준인 기준재정수요충족도를 100%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행 21%인 조정교부율이 22.78%로 인상된다.

총 2천862억원의 조정교부금이 추가로 지급돼 자치구당 평균 119억원을 더 받게 될 것으로 추산된다.

시는 향후 학술용역을 통해 정확한 조정교부금 교부율을 산정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또 내년부터 지난년도 수입(보통세 체납시세 징수액)을 조정교부금의 신규 재원으로 반영해 자치구에 지원한다.

이에 따라 자치구별로 평균 12억원이 추가로 지원된다.

기초연금과 무상보육 등 복지서비스를 위해 필요하지만 자치구의 열악한 재정 상황으로 편성되지 못한 복지비도 시에서 일부 지원한다.

올해 서울시 자치구에서 미편성된 복지비는 기초연금 1천20억원, 무상보육 183억원 등 1천203억원에 이른다.

서울시는 이 중 조정교부금 추경예산 645억원을 편성해 자치구에 지원한다.

아울러 서울시와 자치구는 시장과 구청장이 참여하는 '서울 자치분권협의회'를 정례화해 상호 소통과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

서울시가 주도하는 정책 사업이 자치구에 행정적·재정적 부담을 주지 않도록 '자치영향평가제'를 도입, 새로 사업을 벌이거나 자치법규를 만들 때 사전에 협의하기로 했다.

자치구가 더 잘 할 수 있는 생활 밀착형 사무는 서울시가 권한을 적극적으로 위임한다.

소규모 공원의 지하공영주차장 건립 심의 권한을 확대하고 중앙차로 버스정류소 흡연 단속 권한을 자치구에 위임하는 등 우선 3개 사업부터 권한을 위임한다.

이번 합의는 올해로 지방자치제도가 20년을 맞았지만 재정자율권 부족 등으로 지방정부가 지방자치의 취지에 맞는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박 시장은 "이번 합의는 진정한 지방자치 실현이라는 공통 인식을 토대로 시와 자치구의 지속적인 소통과 협력을 통해 마련된 것이라 의미가 크다"면서 "특히 재정은 자치분권의 핵심으로 서울시도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지방자치의 새 역사를 쓴다는 취지로 통 큰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서울시구청장협의회 회장인 유덕렬 동대문구청장은 "이번 합의는 지방자치발전에 전환점이 될 것"이라면서 "이번 약속을 기점으로 8대2 비율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고쳐가는 등 중앙정부의 인식변화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합의에는 25개 자치구 중 유일하게 강남구가 참여하지 않았다.

강남구는 보도자료를 통해 "자주재원 확충을 위해서는 일부 자치구에서 건의한 지방소득세의 일부 자치구세화 방안 등이 근본적인 해결책이지만 과제 선정에 전혀 반영되지 못했다"면서 "지방분권 활성화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은 만큼 동참할 의사가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zitro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