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규수 해피런(주) 대표> 음악은 시대의 문화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부르셨던 그 시대의 민요는 당연했다. 할아버지의 아들인 아버지가 부르셨던 "두만강 푸른 물에 노 젖는 뱃사공"과 같은 전통가요 역시 비교적 느리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 민족의 심장을 박동시켜온 음악적 리듬은 그리 빠른 편은 아니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럴까. 아버지의 아들인 필자가 불렀던 7080시대의 노래들도 대부분 가사를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의 속도였다.

하지만 최근 아들 세대가 부르는 우리 가요는 과거의 전통 노래들과 같이 느린 템포가 아니다.

마치 전투기로 폭격하는 것과 같이 크고 현란한 드럼 소리를 선두로 젊은 랩퍼들이 쏟아내는 `책 읽는 것`과 같은 노래 가사들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으니 필자도 이젠 늙긴 늙었나 보다.

어디 노래의 리듬뿐이겠는가.

우리나라의 인터넷 속도가 가히 세계 최고라고 한다. 최근 독일의 통계전문 리서치기업 스타티스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14년 3분기를 기준으로 한국의 평균 인터넷 속도는 25.3Mbps라는 것이다.

이는 전 세계 평균치인 4.5Mbps보다 5.6배가량 빠른 속도다. 한국 다음으로 홍콩이 2위를 차지했으며, 3위부터 차례로 일본, 스위스, 스웨덴, 네덜란드, 아일랜드, 라트비아, 체코, 싱가포르가 10위권 국가를 형성했다.

인터넷 속도는 정보의 전달 속도와 동일한 개념이다.

자료를 보니 1Mbps(Mega bits per second)는 1초당 1백만 비트를 보낼 수 있는 전송속도라고 한다. 알기 쉽게 말하면, 1초에 A4 용지에 기록된 서류 90장 정도를 한꺼번에 보낼 수 있는 단위다.

따라서 한국의 인터넷 속도 25.3Mbps는 1초에 A4 용지 서류 2,277매를 보낼 수 있는 속도를 가리킨다. 보통 A4 용지 100장 내외면 책(단행본) 한권 분량이니, 무려 책 22권의 정보를 보낼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것은 한국의 전체평균 속도일 뿐이다. 젊은이들이 찾는 PC방은 200Mbps를 넘어 2015년에 들어서는 500Mbps를 기록하고 있다. SK KT LG 등 3대 통신업체들이 치열한 속도경쟁을 벌이고 있는 결과다.

외국에서 세계 최고로 알고 있는, 한국 보통 인터넷 속도 25.3Mbps의 20배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속도다.

전 세계 고속도로 중에서 독일의 아우토반이 가장 빠르고, 전 세계 고속철도 중에는 일본 신칸센 자기부상열차가 시속 603km로 가장 빠르다고 하는데, 정보화 고속도로에서는 가히 한국이 최고인 셈이다.

그것이 `빨리 빨리`가 만들어 낸 한국의 현대 IT문화다. 불과 50~60년 전만 농사지으며 소 몰고 느릿느릿 걷던 한국인들이 이제는 전투기 몰고 대지를 박차며 달려가는 듯한 모습이다.

물론 `빠른 것`이 21세기를 표현하는 시대의 정서일 수 있다. 그것이 오늘의 한국을 건설했을 것이다. 하지만 속도에 매몰돼 무조건 앞만 보고 달려가다 보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것은 아닐지 필자는 그것이 염려되는 것이다.

이젠 좌우도 살펴가자는 뜻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필자가 넘었던 강원도 미시령 고갯길은 마치 뱀이 기어가듯 굽이굽이 산허리를 감아 뻗어 있었다. 그 고개를 넘으며 보는 차창 밖 백두대간의 풍광은 가히 일품이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한철 버릴 것 없이, 양 눈 가득히 들어오는 우리의 산야는 필자의 가슴을 풍경화로 적셔 주었고, 미시령 고갯마루에 올라 휴게소에서 내려다보는 속초시내와 동해의 푸른 물결은 도시에서 막힌 답답한 가슴을 뻥 뚫어주는 시원한 청량제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을 보고 느끼기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니게 됐다.

일부러 그 길을 찾아가면 모를까, 지난 2006년6월 강원도 인제군 용대리와 고성군 원암리, 속초시 노학동으로 이어지는 미시령터널이 개통됐기 때문에 사람들은 빠르고 빠른 땅속 직선터널을 이용해 속초 해수욕장과 설악산으로 달려가는 것이다.

차창 밖에 스치는 백두대간의 옆모습을 보기 힘들게 됐다. 대관령터널의 개통도 마찬가지다. 미시령보다 더 오래전부터 운무 가득한 대관령 고갯마루의 풍광을 보기 어렵게 된 것이다.

이러다가는 목적지 하나에만 집착할 뿐 과정은 모두 생략하고 사는 인생들이 돼버리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러울 뿐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때로는 옆을 보고, 때로는 뒤를 돌아보자. 우리의 인생길은 목표만큼이나 과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한층 여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길게 숨을 들이켜 보자. 천릿길도 분명 한 걸음부터이기 때문이다.

글_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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