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축안 절대 안돼”… 항의 시위 >  채권단과의 구제금융 합의가 이뤄진 13일(현지시간) 그리스 수도 아테네의 국회 앞에서 한 남성이 그리스 국기를 펼쳐 들고 “합의안 반대”를 외치고 있다. 소규모 좌파 정당인 안타르시아 주도로 모인 이날 시위대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 집권여당 시리자(급진좌파연합)가 긴축을 끝내겠다는 총선 공약을 어겼다고 비난했다. 아테네블룸버그연합뉴스
< “긴축안 절대 안돼”… 항의 시위 > 채권단과의 구제금융 합의가 이뤄진 13일(현지시간) 그리스 수도 아테네의 국회 앞에서 한 남성이 그리스 국기를 펼쳐 들고 “합의안 반대”를 외치고 있다. 소규모 좌파 정당인 안타르시아 주도로 모인 이날 시위대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 집권여당 시리자(급진좌파연합)가 긴축을 끝내겠다는 총선 공약을 어겼다고 비난했다. 아테네블룸버그연합뉴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최대 860억유로(약 108조원)의 구제금융을 받는 대가로 국제 채권단의 강도 높은 긴축안을 수용하면서 자국민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집권 여당에서조차 치프라스 총리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아 실각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치프라스 총리는 의회를 설득해 15일까지 채권단의 요구를 법제화해야 한다.

○연정 파트너도 “긴축안 반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 “그리스 여당 시리자(급진좌파연합)의 내부 강경파 ‘좌파연대’가 이번 합의 결과를 두고 ‘그리스를 욕보인 협상’이라며 강하게 성토했다”고 보도했다.

좌파연대의 수장인 파나이오티스 라파자니스 에너지 장관은 치프라스 총리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개혁법안에 찬성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파노스 케메노스 독립그리스인당 대표(국방장관)도 “법안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독립그리스인당은 ‘독일의 쿠데타’라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협상 결과를 맹비난했다.

"그리스를 욕보인 협상"…치프라스 실각 가능성
독립그리스인당은 시리자 정부의 연정 파트너다. 시리자는 그리스 전체 의석 300석 가운데 149석을 확보했으며, 13석을 갖고 있는 독립그리스인당과 연정을 구성했다. 독립그리스인당이 반대의사를 의회에서 행동으로 옮기면 연정이 붕괴되면서 조기 총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의회뿐만 아니다. 그리스 양대 노동조합총연맹인 공공노조연맹은 15일 의회의 개혁안 처리에 맞춰 합의안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겠다고 알렸다.

FT는 “집권당에서 이탈표가 나오더라도 제1야당인 신민당 등이 찬성할 전망이어서 개혁안이 부결될 것으로는 예상하지 않지만 치프라스가 총리직을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EU 역사상 가장 잔혹했던 협상”

치프라스 총리가 궁지에 몰린 이유는 채권단을 상대로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다가 막판 시간에 쫓기면서 큰 폭의 양보안을 받아들여야 했기 때문이다. 영국 더타임스는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치프라스 총리를 자신의 방에서 못 나가게 하면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합의를 종용했다”며 “벨기에 브뤼셀(EU의 수도)에서 있던 협상 가운데 가장 잔혹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압박 속에 치프라스 총리는 그리스 국내총생산(GDP)의 27% 수준인 500억유로(약 62조6000억원)의 국유재산을 EU 펀드로 이전하는 안까지 허용했다. EU 펀드는 국유재산을 담보로 자금을 융통하는데 그리스가 펀드에 이전된 자산을 언제 다시 찾을 수 있을지 기약이 없어 사실상 매각이나 마찬가지라는 평가다.

FT는 “그리스에 구제금융이 이뤄지기 전까지 독일 등 각국 의회 승인절차, 유럽중앙은행(ECB)의 긴급유동성지원(ELA) 규모 확대, 브리지론 실행 등 난제가 산적해 있다”며 “협상 과정에서 그리스에 불리한 조건이 또 생겨날 여지도 있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