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캐주얼 열풍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남성 정장 업계는 고급화와 차별화로 반전을 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올 3월 잠실점과 청량리점의 5층 남성복 매장에 특화된 ‘맞춤정장 코너’를 개설했다. 100% 맞춤정장 전문 브랜드인 IFG를 입점시키고 갤럭시 등 기성복 매장에도 맞춤서비스를 도입했다. 원단에 따라 한 벌 가격이 60만~70만원에서 높게는 200만~300만원에 이르지만 ‘나만의 특별한 슈트’를 찾는 남성들이 몰리고 있다. 신영조 롯데백화점 바이어는 “매장 개편 이후 신규 고객이 40% 증가하는 등 효과가 좋아 하반기 3~4개 점포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사화 판매 감소로 고전해 온 금강제화는 100% 수제화 브랜드 ‘헤리티지’를 키우고 있다. 구두장인이 일일이 손으로 제작하는 헤리티지는 한 켤레에 30만~50만원으로 기존 금강제화 구두보다 두 배 이상 비싸다. 고소득층 남성 사이에서 인기를 얻으며 올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34% 늘어난 1만1700여켤레가 팔렸다.

남성 정장의 매장 콘셉트도 바뀌고 있다. 닥스는 지난 4월 롯데 노원점에 의류매장과 카페를 결합한 ‘닥스 카페’를 열었고, 클럽모나코는 지난달 롯데 본점 매장에 바버숍(유럽식 이발소)을 들여놨다. 소비자의 매장 체류시간을 늘려 매출을 높이겠다는 취지에서다.

해외 명품과 제조·직매형 의류(SPA)가 시도하지 못하는 차별화된 상품도 등장하고 있다. 제일모직 로가디스는 지난해 가을 슈트 상의에 근접무선통신(NFC) 태그를 넣어 스마트폰과 연동한 ‘스마트 슈트’를 출시했다. 전화를 무음이나 수신 차단으로 전환하고, 명함을 다른 사람에게 문자로 전송할 수도 있다. 올봄에는 접어서 보관해도 잘 구겨지지 않는 ‘패커블 스마트 슈트’(사진), 물이 잘 스며들지 않는 ‘프로바 스마트 슈트’, 집에서 물세탁이 가능한 ‘워셔블 스마트 슈트’ 등을 내놨다. 최훈 제일모직 상무는 “슈트시장의 침체를 정보기술(IT) 결합과 소재 혁신으로 돌파하겠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