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MS의 노키아 인수…휴대폰사업부 7800명 감원
2013년 9월 마이크로소프트(MS)가 핀란드 노키아로부터 휴대폰사업부를 72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을 때 스티브 발머 당시 MS 최고경영자(CEO)는 “미래를 위한 대담한 발걸음”이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2년여가 지난 지금 휴대폰사업부는 MS의 발목을 잡는 성가신 존재로 전락했다.

발머의 뒤를 이어 작년 2월 MS의 새 수장에 오른 사티아 나델라 CEO는 8일(현지시간) 7800명 감원을 발표했다. 대부분 휴대폰사업부 소속이다. 지난해 1만8000명 정리해고도 이 사업부를 중심으로 이뤄졌었다. 이로써 노키아 휴대폰사업부 인수로 MS에 합류했던 2만5000여명 중 상당수가 MS를 떠나게 됐다.

나델라 CEO는 이날 또 휴대폰사업부의 자산가치가 심각하게 손상됐다고 판단해 76억달러를 회계상 손실로 반영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4월 인수가 마무리되며 확정된 인수금액인 95억달러의 80%에 해당한다. MS는 합병 시너지를 기대하며 인수 프리미엄(영업권)을 55억달러 지급했지만 지금으로선 휴지조각이 돼버렸다.

MS가 휴대폰사업부를 인수한 것은 방어와 공격 두 가지 목적에서였다. 2013년 노키아는 MS의 모바일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윈도폰’의 최대 생산·판매 업체였다. 노키아마저 구글 안드로이드로 돌아서면 윈도폰의 기반이 무너질 수 있었다. 노키아를 인수해 안정적인 윈도폰 생산기반을 확보하는 동시에 시너지를 통해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아이폰에 반격을 꾀하려고 MS는 휴대폰사업부 인수에 나섰다.

하지만 MS의 도전은 성공하지 못했다. 애플과 삼성전자, 샤오미 등 중국 업체에 둘러싸여 세를 확장하지 못했다. 윈도폰은 올 1분기 프랑스와 영국에서 각각 시장점유율 14%와 8%를 얻었을 뿐 세계 시장점유율은 2.6%로 존재감이 미미했다. 휴대폰사업부의 실적도 나날이 악화됐다. 작년 3분기 매출 26억900만달러, 매출총이익 4억7800만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올 1분기엔 매출이 13억9700만달러로 반토막 나고 매출총이익은 -400만달러를 기록했다. 매출에서 매출원가를 뺀 매출총이익이 마이너스라는 말은 휴대폰을 팔아서 원가도 충당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