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영원히 그 자리에 계실 것 같던 부모님이…달라졌다
“나는 복지 주택을 포근하게 꾸며줄 것들 몇 가지를 부모님의 아파트에서 가져왔다. 모든 것이 참으로 기이하게 느껴졌다. 독립한 자식의 첫 집을 꾸며주는 느낌이었다.”

53세인 딸은 각각 90세를 넘은 부모가 노인 전용 주택에 입주하는 것을 도우며 이렇게 생각한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영원히 그대로일 것만 같았는데 이제 자신이 그들의 보호자가 된 것이다.

《우리 딴 얘기 좀 하면 안 돼?》는 미국 주간지 ‘뉴요커’ 만평가인 라즈 채스트가 부모와 마지막 몇 해를 함께한 경험을 만화와 글로 옮긴 책이다. 저자는 죽음과 이별 등 심각한 얘기를 꺼낼 때마다 그의 어머니가 현실을 회피하고자 한 말을 책 제목으로 붙였다.

저자는 몸과 정신이 쇠약해져가는 부모의 생활을 챙기며 이별을 준비한다. 그는 부모가 어느 날 자는 듯 눈을 감고 평화롭게 세상을 떠날 것이라고 상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산책을 좋아하는 고등학교 교사였던 아버지는 자신의 아파트 건물 안에서도 길을 잃고 헤맬 정도가 돼 방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열혈 교감’으로 유명했던 거침없는 성격의 어머니는 노인성 치매로 앞뒤가 맞지 않는 혼잣말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저자는 부모님의 변화부터 그들의 죽음을 마주하기까지의 과정을 솔직하게 그린다. 무거운 주제지만 일화마다 유머를 더해 풀어냈다. 의료비용 청구서를 보며 돈 걱정을 하고, 무섭고 엄격하기만 한 어머니가 간병인과 쉽게 친해졌다는 사실에 질투를 느끼는 모습도 숨기지 않는다. 그림 컷마다 부모에 대한 사랑이 저변에 깔려 있어 읽는 이의 공감을 자아낸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