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협상기한 닷새 벌었지만…메르켈 "타결 낙관적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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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정상들 "12일 그렉시트 여부 최종 결정"
구제금융안 부결 땐 은행부터 파산 가능성
개혁안 없이 온 치프라스에 벨기에 총리 등 독설
구제금융안 부결 땐 은행부터 파산 가능성
개혁안 없이 온 치프라스에 벨기에 총리 등 독설
그리스가 국가 부도를 막을 수 있는 닷새간의 협상시간을 얻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상들은 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국제 채권단이 오는 11일까지 그리스와 마지막 협상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12일에는 유럽연합(EU) 28개국 정상이 모두 모여 그리스 처리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처리 방안에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그렉시트)까지 포함돼 있어 12일 EU 정상회의가 그리스의 운명을 결정짓는 회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2일 EU 정상회의서 매듭
유로존 정상들은 7일 회의에서 그리스에 9일까지 긴축 등 세부적인 내용이 포함된 새로운 구제금융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새로운 협상안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3~4개월짜리 단기자금(브리지론)과 2년에 걸친 구제금융 프로그램만 내놨다. 유로존 정상들은 치프라스 총리에게 11일까지 협상을 진행하고 12일에는 그리스 문제를 매듭지을 것이라고 알렸다. 유로존 정상들은 더 이상 협상 연기는 없다고 ‘최후통첩’했다.
외신은 그리스의 새로운 협상안이 지난달 국제 채권단이 요구했던 내용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했다. 채권단은 연금 삭감과 저소득 고령자에 대한 보조금 폐지, 부가가치세 10%포인트 인상 등을 요구했다. 독일 쥐트도이체차이퉁은 그리스의 새로운 제안은 채권단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되 섬지역과 외식업체에 대한 부가세율 인상 등은 빠져 있다고 보도했다.
핵심은 그리스가 채권단에 부채 탕감을 요구하느냐다. 기오르기오스 스타차키스 그리스 경제장관은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국가 채무(3173억유로)의 30% 정도인 1000억유로(약 125조3000억원)를 깎아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아직 부채탕감을 공식적으로 거론하지는 않고 있다.
◆메르켈 “타결에 확신 들지 않는다”
그리스와 채권단이 닷새 동안 극적인 타결에 이를 가능성에는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메르켈 총리는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는 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며 “특별히 낙관적이지 않고 확신도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도 “그렉시트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하지만 그리스 정부가 제대로 된 협상안을 가져오지 않으면 (그렉시트를)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로존 관계자들이 그렉시트를 막는 것에 대해 체념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유클리드 차칼로토스 그리스 신임 재무장관은 7일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유로그룹)에 참석해 메모지에 “승리주의는 안 된다”고 적었다. 영국 BBC 방송은 “국민투표 결과에 도취하지 말자고 스스로 주문을 건 것”이라며 “차칼로토스 장관의 말처럼 그리스는 승리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고 논평했다.
12일 EU정상회의에서 그리스 구제금융이 결정되지 않으면 그리스 시중은행은 당장 다음주부터 파산 위험에 노출된다. 10억유로 안팎의 자금만 남아 있는 그리스 은행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의 긴급유동성지원(ELA)마저 끊기면 버텨낼 힘이 없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20일 만기가 돌아오는 ECB의 채권 35억유로를 상환할 수도 없어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질 것이란 전망이다. 유로존의 상설 구제금융기구인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는 8일 그리스 정부가 구제금융 지원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그리스가 지원 규모를 특정하지 않고 3년간 돈을 빌리겠다는 요청을 했다고 전했다. ○“목에 칼을 댄 상대와 협상 불가”
유로존 정상들은 치프라스 총리가 이날 회의에서 진전된 내용의 개혁안도 발표하지 않고 빈손으로 참석하자 독설을 쏟아냈다.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는 “머리에 총을, 아니면 목에 칼을 갖다댄 채 (협상)할 수는 없다”며 “협상 테이블에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치프라스 총리가 유로존에 남겠다는 그리스 국민의 요구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도 “이번 정상회의가 매우 불쾌하다”며 “협상안을 곧 가져오지 않으면 우리는 도와줄 수가 없고 모든 것은 그리스 정부의 책임”이라고 몰아세웠다. 달리아 그리바우스카이테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그리스 정부는 오늘용 약속을 했다가 내일용 약속을 또 한다”며 “늘 ‘언젠가는’이라는 식”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다만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기를 원한다”면서 “그리스가 협상안을 내놓고 책임을 다하면 유럽도 연대하겠다”며 유화적인 자세를 보였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12일 EU 정상회의서 매듭
유로존 정상들은 7일 회의에서 그리스에 9일까지 긴축 등 세부적인 내용이 포함된 새로운 구제금융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새로운 협상안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3~4개월짜리 단기자금(브리지론)과 2년에 걸친 구제금융 프로그램만 내놨다. 유로존 정상들은 치프라스 총리에게 11일까지 협상을 진행하고 12일에는 그리스 문제를 매듭지을 것이라고 알렸다. 유로존 정상들은 더 이상 협상 연기는 없다고 ‘최후통첩’했다.
외신은 그리스의 새로운 협상안이 지난달 국제 채권단이 요구했던 내용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했다. 채권단은 연금 삭감과 저소득 고령자에 대한 보조금 폐지, 부가가치세 10%포인트 인상 등을 요구했다. 독일 쥐트도이체차이퉁은 그리스의 새로운 제안은 채권단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되 섬지역과 외식업체에 대한 부가세율 인상 등은 빠져 있다고 보도했다.
핵심은 그리스가 채권단에 부채 탕감을 요구하느냐다. 기오르기오스 스타차키스 그리스 경제장관은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국가 채무(3173억유로)의 30% 정도인 1000억유로(약 125조3000억원)를 깎아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아직 부채탕감을 공식적으로 거론하지는 않고 있다.
◆메르켈 “타결에 확신 들지 않는다”
그리스와 채권단이 닷새 동안 극적인 타결에 이를 가능성에는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메르켈 총리는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는 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며 “특별히 낙관적이지 않고 확신도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도 “그렉시트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하지만 그리스 정부가 제대로 된 협상안을 가져오지 않으면 (그렉시트를)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로존 관계자들이 그렉시트를 막는 것에 대해 체념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유클리드 차칼로토스 그리스 신임 재무장관은 7일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유로그룹)에 참석해 메모지에 “승리주의는 안 된다”고 적었다. 영국 BBC 방송은 “국민투표 결과에 도취하지 말자고 스스로 주문을 건 것”이라며 “차칼로토스 장관의 말처럼 그리스는 승리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고 논평했다.
12일 EU정상회의에서 그리스 구제금융이 결정되지 않으면 그리스 시중은행은 당장 다음주부터 파산 위험에 노출된다. 10억유로 안팎의 자금만 남아 있는 그리스 은행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의 긴급유동성지원(ELA)마저 끊기면 버텨낼 힘이 없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20일 만기가 돌아오는 ECB의 채권 35억유로를 상환할 수도 없어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질 것이란 전망이다. 유로존의 상설 구제금융기구인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는 8일 그리스 정부가 구제금융 지원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그리스가 지원 규모를 특정하지 않고 3년간 돈을 빌리겠다는 요청을 했다고 전했다. ○“목에 칼을 댄 상대와 협상 불가”
유로존 정상들은 치프라스 총리가 이날 회의에서 진전된 내용의 개혁안도 발표하지 않고 빈손으로 참석하자 독설을 쏟아냈다.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는 “머리에 총을, 아니면 목에 칼을 갖다댄 채 (협상)할 수는 없다”며 “협상 테이블에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치프라스 총리가 유로존에 남겠다는 그리스 국민의 요구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도 “이번 정상회의가 매우 불쾌하다”며 “협상안을 곧 가져오지 않으면 우리는 도와줄 수가 없고 모든 것은 그리스 정부의 책임”이라고 몰아세웠다. 달리아 그리바우스카이테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그리스 정부는 오늘용 약속을 했다가 내일용 약속을 또 한다”며 “늘 ‘언젠가는’이라는 식”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다만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기를 원한다”면서 “그리스가 협상안을 내놓고 책임을 다하면 유럽도 연대하겠다”며 유화적인 자세를 보였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