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은 7일 “앞으로는 일본처럼 되는 게 칭찬받을 처지가 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일본 경제가 정치권을 등에 업은 ‘아베노믹스’에 힘입어 회복세를 보이지만 한국은 여전히 정치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뜻에서 한 말이다.

최 부총리는 이날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기자들과 만나 “일본은 ‘잃어버린 20년’ 이후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를 바탕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며 “반면 한국은 숙제는 점차 까다로워지는데 문제를 푸는 능력은 떨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 부총리는 오는 15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그는 “취임할 때부터 ‘잃어버린 20년을 경계해야 한다. 지금 이미 초입에 들어갔을지도 모른다. 침체 흐름을 끊어야 한다’고 절박한 마음으로 말한 적이 있다”며 “과거에는 일본처럼 된다는 게 별로 좋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것이 ‘불편한 진실’이라고까지 했다.

최 부총리는 취임 1주년의 성과로 공공 노동 금융 교육 등 4대 부문 구조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 것을 꼽았다.

그는 “지난해 세월호 사고 여파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취임해 경제활력 제고와 중장기적 성장을 위한 구조개혁을 기조로 정하고 매진했다”며 “모두 성취한 것은 아니지만 나름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외환위기 이후 제대로 된 구조개혁을 못했는데 이제는 뭔가 하지 않으면 경제가 어려워지지 않겠나 하는 공감대는 형성했다”고 강조했다.

아쉬운 점으로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과 수출 부진 등 대외 변수로 인한 경제성장률 하락을 들었다. 최 부총리는 “수출 부진과 세계경제 침체에 메르스까지 더해져 성장동력이 떨어지는 부분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국회가 (경제활성화 관련) 법을 적기에 통과시켜줬으면 많은 도움이 됐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지난해 세월호 사태 이후 초기 대응 조치가 늦어지면서 이로 인한 영향을 오래 받았다”며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포함한 22조원의 재정 보강은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쓸 수 있는 가용재원을 모두 모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야가 추경안을 빨리 처리해줘야 하는데 국회 상황이 여의치 않아 걱정”이라면서도 “추경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워낙 강해 시간에 맞추지 못하면 큰 국민적 비난에 직면할 수 있는 만큼 정치권이 잘 협조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시절 담배를 하루 두 갑씩 피웠던 최 부총리는 올해 담뱃값 인상 이후 아직까지 담배를 한 대도 입에 대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담배 생각이 나지만 올해 1월1일 이후 담배는 한 모금도 피우지 않았다”며 “이번에 못 끊으면 평생 끊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