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지수펀드(ETF)는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처럼 매매할 수 있는 펀드다. 주식, 채권, 원유, 금 등 상품 가격이나 이들로 구성된 지수의 변화에 연동해 운용된다.

ETF가 가진 장점은 낮은 비용, 절세 효과, 분산투자 효과, 투명성 등이다. ETF는 기본적으로 수동적이다. 포트폴리오 변경도 적기 때문에 일반 펀드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 주식처럼 거래되지만 매도 때 발생하는 증권거래세(0.3%)도 면제된다.

소액으로도 지수 전체에 투자하는 효과가 있다. 증시가 오를 것으로 예상될 때 특정 종목을 골라야 하는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현금의 손쉬운 주식화(equitization)’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일반 펀드는 매니저가 실제로 어떤 종목에 투자하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반면 ETF는 보유 종목이 거의 실시간으로 공표되기 때문에 투명성을 갖추고 있다. 다만 ETF에 투자하면서 시장지수 대비 초과수익을 기대하긴 어렵다. 따라서 전문지식이 부족한 일반 투자자에게 합리적인 투자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전문지식 없어도 투자 가능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주식시장에서 ETF에 대한 관심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직접투자’나 ‘액티브펀드’ 투자로 소위 대박을 기대하는 투자 문화가 팽배했기 때문이다. 인덱스펀드나 ETF는 그야말로 ‘재미없는 투자’로 인식됐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오랜 기간 침체에 빠졌고 증시도 뚜렷한 방향 없이 등락을 반복하는 상황이 되자 달라졌다. 액티브펀드의 수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ETF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된 계기는 2011년 레버리지 ETF와 인버스 ETF가 큰 관심을 받으면서다. 2011년 8월 그리스 재정위기로 시장 변동성이 급등하면서 투자자들이 단기에 수익을 내기 적합한 상품인 레버리지 ETF와 인버스 ETF로 몰리게 됐다. 레버리지 ETF는 2011년 8월에 하루 9000억원이 넘는 역대 최대 거래액을 기록했다. 인버스 ETF 역시 같은 해 9월 하루 6000억원 넘는 거래액을 보여줬다.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의 성공으로 ETF 시장에 대한 관심이 환기되면서 운용사들의 상품 출시가 크게 늘고 있다. 상품의 종류 또한 매우 다양해졌다. 기존의 지수 추종 ETF에서 한 발 나아가 상품이나 통화 등을 추적하는 ETF까지 등장했다. 최근에는 해외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해외주식형 ETF도 많아지는 추세다.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국내에는 국내주식 ETF 91개, 해외주식 ETF 33개, 채권 ETF 22개, 인버스·레버리지 등 파생상품형 ETF 9개, 원자재 ETF 10개 등 총 169개 ETF가 상장돼 있다. 국내 ETF 시장 규모는 2002년 최초 상장 당시 3400억원에서 19조650억원으로 13년 새 56배로 성장했다. 5월 기준으로 국내 ETF의 하루 거래대금은 6600억원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되는 전체 주식의 11%에 해당하는 수치다.
해외주식형도 실시간 매매

가장 손쉬운 해외투자 방법으로도 ETF가 주목받고 있다. 다양한 국가에 투자하는 ETF 상품이 줄줄이 상장되고 있어서다.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ETF 역시 국내에서처럼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다. 해외주식형 펀드를 직접 매입한 뒤 환매할 경우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 이런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 일례로 최근 투자자들에게 관심이 높은 중국 본토주식의 경우 펀드로 투자하면 환매할 때 길게는 한 달 가까이 걸린다.

해외주식을 ETF로 투자할 때 유의할 점이 두 가지 있다. 환헤지 여부와 세금 관련 사항이다. 국내에서 거래되는 해외투자 ETF는 환헤지를 하는 상품과 하지 않는 상품으로 나뉜다. 해외 ETF라면 기초지수와 기초자산 가격이 해당 국가의 통화 단위에 기초해 표시된다. 하지만 실제 투자자들이 보는 ETF 가격은 원화로 환산된 수치다. 두 통화 단위 간 환율이 계속 변하면 기초지수의 움직임과 ETF 가격이 다른 모습을 보이게 된다. 즉 환헤지 여부에 따라 해당 주가지수가 오른 폭보다 ETF 가격이 덜 오르거나, 떨어진 폭보다 덜 떨어지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ETF 중 헤지를 통해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제거하는 상품을 환헤지형 ETF라고 한다. 헤지를 하지 않는 상품을 환노출형 ETF라고 한다. 환헤지형 ETF는 투자자들이 환헤지 상품임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종목 이름에 환헤지를 의미하는 ‘(H)’가 붙어 있다. 예를 들면 TIGER S&P500(H) ETF와 같은 식이다.

환헤지형이 환노출형 ETF보다 더 좋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환노출형 상품의 경우 투자국 통화 가치가 원화 대비 하락하면 환손실을 볼 수 있다. 반대의 경우엔 외환거래에서 이익을 볼 수 있다. 이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다만 환노출 상품에 투자한다는 것은 해당 지수의 수익률과 환변동에 따른 손익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국내 투자자들은 환헤지형 ETF를 선호하는 측면이 있다. 이는 환헤지형 ETF가 수익률이 높거나 안전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상품을 이해하기가 좀 더 수월하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된다.

국내 상장된 해외투자 ETF는 보유기간과세 대상 상품이다. 매매차익의 15.4%를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금융소득종합과세의 적용 대상이 된다는 점도 유의할 부분이다.

바이오주도 ETF로 투자하면 위험 분산

마지막으로 살펴볼 것은 요즘 잘 나가는 바이오주 ETF다. 바이오산업은 저성장 시대에 높은 성장이 기대되는 산업이다. 오리지널 의약품의 본격적인 특허 만료 도래로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 산업도 올해부터 빠른 성장이 예상된다. 다만 바이오는 대표적인 ‘고위험-고수익’ 산업이다. 바이오회사들은 현재 이익이나 매출보다 미래 신약에 대한 기대로 주가가 높게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성공하면 주가 급등이 뒤따르지만 실패할 경우 주가 급락이 불가피하다. 신약 개발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장기 투자가 필요하다.

여러 종목으로 구성된 ETF에 투자하면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 비용이 싼 ETF는 장기투자 수단으로도 적합하다. 바이오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투자자 입장에선 바이오산업의 성장성에 투자하기 위해 ETF를 적합한 투자수단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 국내에는 한국 바이오 및 제약주식에 투자하는 ETF 상품과 미국 바이오주식에 투자하는 ETF가 모두 상장돼 있다.

강송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sckang@truefrien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