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종합지수가 한 달도 안 돼 1000포인트 이상 빠지자 중국펀드에 오히려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지수 하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삼으려는 국내 투자자가 많은 것이다. 중국 펀드 중 조기 매진되는 상품도 속출하고 있다. 3일 장중 7% 이상 급락했던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 대비 5.77% 하락한 3686.92로 장을 마감했다.
상하이지수 빠지니 중국펀드 돈 몰려…조기소진 '완판 펀드' 속속 등장
◆한 달 안 돼 3000억원 순유입

펀드 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3조원에 육박했던 중국본토펀드 설정액은 지난달 12일 2조8264억원까지 감소했다. 상하이지수가 5166.36으로 마감, 2008년 이후 최고점을 찍은 날이다. 펀드 수익률이 고공행진하자 차익 실현하려는 환매 수요가 급증했다는 게 자산운용업계의 설명이다.

이상 현상은 그 이후 나타났다. 중국 증시가 하락할수록 펀드 설정액이 늘어난 것. 중국펀드 설정액은 지난 2일 역대 최고치인 3조1075억원을 기록했다. 20일 만에 3000억원 넘는 시중 자금이 순유입된 결과다.

자금이 꾸준히 빠지던 홍콩H주 펀드 역시 반짝 증가세로 돌아섰다. 올해 1월 말 5조1000억원 선이었던 펀드 투자금이 지난달 12일 4조4334억원으로 줄었다가 월말엔 4조5195억원으로 다시 늘었다.

판매가 조기에 마감되는 중국펀드도 잇따르고 있다. 하이자산운용은 지난달 중순 내놓은 ‘중국본토공모주플러스 펀드’ 판매를 조만간 중단할 계획이다. 진성남 하이자산운용 이사는 “펀드를 출시한 지 2~3주 만에 한도를 다 채우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한도 소진에 따라 추가 판매가 중단되면 적립식 계좌의 자동이체 매수도 불가능해진다. 앞서 삼성자산운용은 4월, 흥국자산운용은 6월 일부 중국펀드의 추가 판매를 중단했다.

◆국내 첫 위안화펀드도 선보여

운용사들은 공모주형, 채권형 등 다양한 중국펀드를 속속 내놓고 있다. 중국 증시의 변동성이 부쩍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중국 공모주펀드에 재투자하는 상품을 다음달까지 한시 판매한다. 중국 당국이 월 1회 실시하던 기업공개(IPO) 심사를 2회로 늘리면서 상장붐이 일 것이란 판단에서다.

박진환 한국투자운용 마케팅기획본부장은 “중국에선 공모주를 저가로 발행하는 관행이 있어 상장 후 17일 연속 상한가를 친 종목이 나왔을 정도”라며 “공모 물량을 많이 받을 수 있는 대형 펀드에 재간접 형태로 투자하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이달 말 위안화표시 중국펀드를 국내에서 처음 내놓는다. 별도의 환전 절차 없이 위안화로 직접 투자하기 때문에 자본·환차익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 초단기 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에 집중 투자하는 방식이다. 기대 수익률은 연 4% 정도다. 장덕진 신한BNPP운용 부사장은 “위안화 투자 수요가 있는 자산가와 수출기업 등이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주식형 펀드 부문에서 수익률 1~2위를 달리고 있는 메리츠자산운용은 조만간 중국 중소형주펀드를 선보일 계획이다. 존 리 대표는 “중국 기업의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중국펀드 출시를 준비 중”이라며 “장기 성장주에 투자한다는 기본 철학은 같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