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구조조정 '팔짱'·수출대책 '뒷짐'·통상 '뒷북'…산업통상자원부가 안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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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기업 속출하는 조선산업…은행권에만 맡긴 채 수수방관
수출 감소엔 '油價타령' 되풀이…알맹이 없는 마케팅 대책만 발표
FTA 핑계로 TPP 가입시기 놓치고 온실가스 목표 결정 때도 제 역할 못해
기업들 "산업부 대체 뭘 하는지…" 전문가 "산업 경쟁력 관심이나 있나"
수출 감소엔 '油價타령' 되풀이…알맹이 없는 마케팅 대책만 발표
FTA 핑계로 TPP 가입시기 놓치고 온실가스 목표 결정 때도 제 역할 못해
기업들 "산업부 대체 뭘 하는지…" 전문가 "산업 경쟁력 관심이나 있나"
지난달 초 산업통상자원부의 수출 실적 브리핑이 열린 정부세종청사. 5월 수출이 전년도보다 10% 넘게 줄어드는 등 5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지만 산업부는 “중국과 유럽의 경기침체로 전 세계적으로 교역량이 줄어드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가 하락으로 석유제품 가격이 떨어져 수출액이 줄었을 뿐 수출량엔 큰 변동이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산업계에서는 즉각 “수출 현장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산업부가 전혀 모르는 것 같다”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수출뿐만이 아니다. 통상, 에너지, 산업정책 등 각 분야에서 산업부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세계 교역흐름에 큰 영향을 미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엔 실기(失機)하는가 하면 국내 제조업 경쟁력을 끌어내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치가 느닷없이 올라가는 과정에선 산업 담당부처로서의 목소리를 못 냈다는 게 업계 불만이다. 한계기업(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기업)이 급증하고 있는 조선산업의 구조조정도 은행권에만 맡긴 채 나서지 않고 있다. 수출 감소와 실적 악화로 고전하고 있는 기업 사이에선 ‘산업부가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얘기가 나온다.
◆수출 급감에도 “경기침체라 어쩔 수 없다”
‘유가하락과 글로벌 경기침체라는 외생변수에 따른 수출 감소라 별다른 대책이 없다’. 산업계가 수출 급감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물어볼 때마다 되풀이하는 산업부의 답변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최근 수출 감소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긴급 대책이 필요하다고 서두르는 데 비해 산업부는 ‘경기침체기라 어쩔 수 없다’는 한가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수출 주무부처가 뒤바뀐 느낌마저 든다”고 말했다.
산업부가 지난 4월15일 내놓은 수출 진흥정책은 주로 마케팅 관련이다. 산업부는 △중국 내수시장 진출 △수출 유망지역 마케팅 집중 △비관세 장벽 대응 △무역보험 지원 확대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무역보험을 제외하면 중국 등 현지에 국내 업체들이 진출할 수 있게 마케팅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이마저도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중소기업 관계자)는 지적이다. 이런 지적을 의식해 정부는 추가적인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이마저 하세월이다. 애초 5월 말로 잡았던 대책 발표 일정은 6월 말에서 하반기로 계속 미뤄지고 있다.
◆산업 구조조정엔 ‘소극적’
수출 대책을 당장 마련하기 곤란하다면 한계사업의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을 개선하고,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일에 산업부가 나서야 한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조선업과 건설업의 경우 최근 한계기업이 급증하고 있어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산업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10년 26.3%였던 건설업의 한계기업 비중은 지난해 41.4%로 늘었고 조선업의 경우 같은 기간 7.1%에서 26.2%로 급증했다. 조선업체 네 개 중 1개사는 돈을 벌어 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태라는 것이다.
정대희 KDI 연구원은 “부실기업이 급증한 것은 금융권이 기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보다는 이자 지급이나 대출만기 연장 등 단기 처방에만 치중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조선산업의 구조조정은 은행에 맡길 게 아니라 산업부가 나서 근본적인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며 “필요하면 청와대나 다른 부처에 달려가고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보이질 않는다”고 말했다.
◆통상 뒷북 지적엔 ‘딴청’
TPP에 대한 대응에서도 산업부의 역할이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3년 미국이 한국에 TPP 참여를 요청했을 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더 시급하다는 이유로 거절했다가 뒤늦게 참여를 추진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미국 일본 등 12개국이 참여한 TPP는 기존 FTA 중심의 세계 무역 구도를 뒤흔들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산업부는 “TPP 창립 멤버는 못 되겠지만 주요 참여국과 협상을 통해 최대한 유리한 조건으로 가입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최근 미국에 참여를 타진했다가 거절당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최근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 설정 과정이나 TPP 참여 협상에서 보면 산업부가 큰 그림을 그리고 장기적인 전략 아래 정책을 펼치는 게 아니라 단기 이슈에 따라 땜질식 처방만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
수출뿐만이 아니다. 통상, 에너지, 산업정책 등 각 분야에서 산업부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세계 교역흐름에 큰 영향을 미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엔 실기(失機)하는가 하면 국내 제조업 경쟁력을 끌어내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치가 느닷없이 올라가는 과정에선 산업 담당부처로서의 목소리를 못 냈다는 게 업계 불만이다. 한계기업(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기업)이 급증하고 있는 조선산업의 구조조정도 은행권에만 맡긴 채 나서지 않고 있다. 수출 감소와 실적 악화로 고전하고 있는 기업 사이에선 ‘산업부가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얘기가 나온다.
◆수출 급감에도 “경기침체라 어쩔 수 없다”
‘유가하락과 글로벌 경기침체라는 외생변수에 따른 수출 감소라 별다른 대책이 없다’. 산업계가 수출 급감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물어볼 때마다 되풀이하는 산업부의 답변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최근 수출 감소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긴급 대책이 필요하다고 서두르는 데 비해 산업부는 ‘경기침체기라 어쩔 수 없다’는 한가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수출 주무부처가 뒤바뀐 느낌마저 든다”고 말했다.
산업부가 지난 4월15일 내놓은 수출 진흥정책은 주로 마케팅 관련이다. 산업부는 △중국 내수시장 진출 △수출 유망지역 마케팅 집중 △비관세 장벽 대응 △무역보험 지원 확대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무역보험을 제외하면 중국 등 현지에 국내 업체들이 진출할 수 있게 마케팅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이마저도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중소기업 관계자)는 지적이다. 이런 지적을 의식해 정부는 추가적인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이마저 하세월이다. 애초 5월 말로 잡았던 대책 발표 일정은 6월 말에서 하반기로 계속 미뤄지고 있다.
◆산업 구조조정엔 ‘소극적’
수출 대책을 당장 마련하기 곤란하다면 한계사업의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을 개선하고,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일에 산업부가 나서야 한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조선업과 건설업의 경우 최근 한계기업이 급증하고 있어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산업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10년 26.3%였던 건설업의 한계기업 비중은 지난해 41.4%로 늘었고 조선업의 경우 같은 기간 7.1%에서 26.2%로 급증했다. 조선업체 네 개 중 1개사는 돈을 벌어 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태라는 것이다.
정대희 KDI 연구원은 “부실기업이 급증한 것은 금융권이 기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보다는 이자 지급이나 대출만기 연장 등 단기 처방에만 치중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조선산업의 구조조정은 은행에 맡길 게 아니라 산업부가 나서 근본적인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며 “필요하면 청와대나 다른 부처에 달려가고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보이질 않는다”고 말했다.
◆통상 뒷북 지적엔 ‘딴청’
TPP에 대한 대응에서도 산업부의 역할이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3년 미국이 한국에 TPP 참여를 요청했을 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더 시급하다는 이유로 거절했다가 뒤늦게 참여를 추진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미국 일본 등 12개국이 참여한 TPP는 기존 FTA 중심의 세계 무역 구도를 뒤흔들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산업부는 “TPP 창립 멤버는 못 되겠지만 주요 참여국과 협상을 통해 최대한 유리한 조건으로 가입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최근 미국에 참여를 타진했다가 거절당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최근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 설정 과정이나 TPP 참여 협상에서 보면 산업부가 큰 그림을 그리고 장기적인 전략 아래 정책을 펼치는 게 아니라 단기 이슈에 따라 땜질식 처방만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