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제은행(BIS)이 세계 각국이 취약한 경제회복을 위해 저금리 정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지속적인 구조개혁 대신 통화정책에만 매달리면서 균형 잡힌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BIS는 28일(현지시간) 낸 연례보고서에서 “각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통화정책에 지나치게 오랫동안 의존하고 있다”며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가 세계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금융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전했다.

보고서는 각국 중앙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한 인플레이션에 지나치게 집중하고 있다며 금융시장 안정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나치게 많이 풀린 돈이 자산가격의 거품과 붕괴로 이어지면서 오히려 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BIS 관계자는 “통화정책이 너무 오랫동안 과도한 부담을 졌다”며 “통화정책은 경기부양을 위한 해법의 일부일 수 있지만 전부가 될 수는 없다”고 밝혔다.

WSJ는 BIS가 최근 수년간 이와 비슷한 경고를 해왔지만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미국과 영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올리며 금리 정상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지만 낮은 인플레이션과 부진한 경기지표로 이를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유럽중앙은행(ECB)은 올 들어 1조유로가 넘는 양적 완화를 시작하면서 돈풀기에 나섰고 스위스와 덴마크, 스웨덴 등은 예금금리가 실질적으로 마이너스 영역에 진입했다고 WSJ는 덧붙였다.

클라우디오 보리오 BIS 통화경제국장은 “초저금리 정책으로 인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서 자산배분의 왜곡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금융시장에서는 고수익을 노린 위험투자가 성행하면서 시스템 리스크를 키웠지만 정작 투자가 필요한 실물경제는 위험을 감수한 투자가 부진하면서 당초 저금리 정책이 의도한 만큼 경제성장을 이뤄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동시에 글로벌 금융안정을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보다 긴밀히 공조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미국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통화완화 정책으로 세계적으로 너무 많은 달러와 유로가 풀렸으며 선진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변경이 신흥국 경제에 곧바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다.

BIS는 세계 달러 부채의 19%(약 9조5000억달러)가량이 미국 이외 지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