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일 제일모직 소재부문과 통합 1주년을 맞는 삼성SDI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삼성SDI는 지난해 7월1일 통합 당시 2020년 연매출 29조원 이상의 ‘글로벌 소재·에너지 토털 솔루션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지난해 매출은 5조4727억원에 그쳤다. 올 1분기에도 매출 1조8659억원으로 시장 기대에 못 미쳤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매출 규모로만 보면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분석했다.

삼성SDI와 제일모직 소재부문이 통합할 당시만 해도 매출이 기본 10조원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2013년 기준 삼성SDI(5조165억원)와 제일모직 소재부문(4조3184억원)의 매출을 더하면 9조3349억원이나 됐기 때문이다. 이 매출 규모를 바탕으로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2020년 연매출 29조원 목표도 충분히 달성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마이너스 요인이 발생하면서 목표 달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매출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로는 매출 2조~3조원을 책임지던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사업 철수가 꼽힌다. 삼성SDI는 지난해 11월 PDP 사업을 정리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소형전지부문도 스마트폰시장 둔화로 실적 부진을 겪었다. 오히려 제일모직의 케미컬, 전자재료사업부가 견조한 성장으로 지난해 5조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물론 통합 성과도 있다. 통합 후 자산은 10조원에서 16조원으로 증가했고, 해외영업소도 17개에서 46개로 늘었다.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배터리와 첨단소재를 양대 축으로 하는 사업구조로 재편한 것도 성과다. 또 제일모직이 갖고 있던 전자재료의 분리막 기술은 삼성SDI 배터리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분리막은 배터리의 품질과 안전성을 좌우하는 고부가 핵심소재다. 케미컬 사업도 삼성SDI 배터리 고객 네트워크를 활용해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 시너지 효과는 분명히 있겠지만 현재로선 달성하기 어려운 매출 목표여서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삼성SDI 측은 매출만 놓고 통합 성과가 없다고 보기엔 이르다는 입장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신성장동력 위주로 사업을 재편한 만큼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는 적지만 2~3년 내 성장 폭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