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때문에…증시 명과 암
주식시장에서 중국 경제가 미치는 영향력의 명암(明暗)이 뚜렷해지고 있다. 중국 소비자들의 인기를 끄는 ‘한류(韓流) 제품’을 만들어내는 업체들은 주식시장 주도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반면 중국 기업들의 거센 추격으로 선진국과 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된 일부 업종에는 짙은 부진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중국이 외교 선물로 제공한 판다처럼 소홀히 대할 수도 없고, 관리도 어려운 ‘판다의 딜레마’에 한국 증시가 직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판다에 발목 잡힌 ‘전·차 군단’

최근 들어 증시는 대형주 부진으로 요약된다. 전기·전차와 자동차로 대변되는 수출 대형주가 잇따라 연중 최저가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수출주 상당수는 중국시장 경기 둔화라든가 중국 경쟁기업의 시장잠식 탓에 주가가 하락세다.

한국 증시 주요업종 대표주들의 부진은 최근 5년간 시가총액 순위변화만 봐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조선과 철강업종은 5년 전만 해도 중국이 각국 원자재를 대거 수입한 덕을 봐서 대표적인 ‘중국 수혜주’로 꼽혔지만 최근 들어선 ‘중국 피해주’로 분류된다. 중국 조선과 철강업체들이 빠르게 산업 경쟁력을 키웠기 때문이다.

2010년 말 시가총액이 33조6700억원으로 유가증권시장 시총순위 4위였던 현대중공업은 2011년에는 7위로 밀렸고, 2012년에는 10위권 밖으로 떨어졌다. 지난 26일에는 시총 8조6890억원으로 29위까지 밀렸다. 5년 전 42조원대 시총으로 삼성전자 바로 뒷자리를 차지했던 포스코는 시총이 반토막(19조7914억원)났고, 순위도 11위로 밀렸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은 “2000년대 중반까지 증시를 주도했던 소재·산업재 종목은 이후 중국의 과잉설비 투자로 업황 부진이 이어지고 증시에서 위상이 빠르게 추락했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TV 와우넷 파트너인 인천여우 곽지문 대표는 “한국 대표기업이 일본을 넘어섰던 것처럼 머지않은 미래에 중국 기업이 한국 기업을 추월할 것”이라며 “중국이 가전, 조선, 철강, 화학의 성장속도가 빠른 만큼 가전비중이 높은 LG전자와 현대중공업 등이 피해주 후보로 거론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선, 철강 외에 최근 들어 ‘중국 탓’에 고전하는 업종으론 자동차가 첫손에 꼽힌다. 엔화나 유로화 등 경쟁국 통화 대비 원화가치가 고평가된 탓에 가격경쟁력이 약화됐고, 중국 현지 자동차 업체들의 중국시장 점유율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글로벌 자동차시장 점유율 유지에 ‘비상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주 후반 반등기미를 보이긴 했지만 13만원대 초반의 1년 최저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중국시장에서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의 약진에 발목을 잡혔다. 올 1분기 삼성전자는 중국 스마트폰시장에서 애플은 물론 샤오미, 화웨이 등 중국 업체 약진에 시장을 내주며 4위까지 밀렸다. 실적 부담이 커진 삼성전자 주가는 120만원대로 떨어진 뒤 쉽사리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한류 물결을 타라”

반면 중국 소비자 사이에서 ‘고급’ 이미지를 구축한 일부 소비재 업종은 최근 증시에서 날개를 단 모습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요우커) 방문 감소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화장품주는 강세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화장품 업체의 성장에도 동시에 수혜를 볼 수 있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 화장품 업체인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의 주가도 비교적 꾸준하다.

중국에 수출하는 음료용기 매출이 늘고 있는 락앤락도 반등세고, 영화관 체인을 운영하는 CJ CGV는 수년간 중국 투자가 비로소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는 평이다. 전기밥솥 업체 쿠쿠전자는 4~5월 중국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넘게 늘면서 주가가 40% 가까이 상승했다.

와우넷 전문가들 시각도 전반적인 시장 움직임과 궤를 같이했다. 이헌상 팀장은 “중국 소비 확대와 삶의 질 향상과 관련된 종목이 유망하다”며 LG생활건강과 코스맥스, CJ E&M, 쇼박스 등을 추천했다.

헬스케어와 패션 등 한국이 강점을 보인 분야에서 ‘차세대 한류기업’이 나올 확률이 크다고 본 시각도 많았다. 최승욱 대표는 “중국 헬스케어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2009년부터 작년까지 한국 의료기기 업체의 중국수출이 연평균 32%가량 증가했다”며 오스템임플란트, 휴비츠, 인바디, 바텍 등을 수혜주로 분류했다. 나영호 대표는 “중국에서 한류열풍과 패션열풍을 이어갈 종목으로 ‘서클렌즈’ 제조업체 인터로조를 주목한다”며 “중국 종묘시장 3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농우바이오도 유력 수혜후보”라고 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