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온실가스 통계, 믿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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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실 논설·전문위원·경영과학박사 ahs@hankyung.com
정부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안을 내놨지만 또다시 갈등 양상이다. 2020년 이후 신(新)기후체제에 대응해 2030년 배출 전망치(BAU·business as usual)를 기준으로 제시한 네 가지 감축목표 시나리오를 두고서다. 당장 부처 간 이견이 적지 않다. 환경부 등은 국제적 약속을 들먹이며 보다 높은 감축목표로 가자고 하고,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경제적 영향 등 국익을 고려해 감축 부담이 덜한 쪽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산업계는 네 가지 시나리오 다 부담스럽다는 하소연이다.
문제는 감축목표 논란 이전에 온실가스 통계의 신뢰성이다. 정부는 경제성장률, 유가, 산업구조 등을 토대로 2030년 8억5060만t이라는 새로운 BAU를 내놨다. 과연 이 수치는 믿을 만한가.
엉터리 전망에 갈팡질팡
이미 정부에 대한 불신은 쌓일 대로 쌓인 터다. 논란은 이명박 정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2020년 BAU 기준 30% 감축목표를 국제사회에 내놨다. 그러나 그 후 배출실적이 감축을 위한 추가적 조치가 없다는 가정 아래 추정된 BAU를 초과하는 모순된 상황이 이어졌다. 산업계가 온실가스 목표제 아래에서 감축목표를 초과 달성했음에도 정부가 2009년 추산한 BAU보다 배출실적이 2010년 1400만t, 2011년 3100만t, 2012년 2000만t 정도 계속 웃돌았다. 뭔가 잘못됐다는 얘기다.
급기야 정부는 BAU를 재검토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논란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2030년 BAU만 해도 2010~2012년 배출실적 추세로 보면 1억t 이상 과소 전망됐을 거라는 게 산업계 주장이다. 이는 배출실적이 BAU를 웃도는 모순적 상황이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발표한 2030년 BAU 산정의 근거를 공개하라는 요구가 거센 것도 바로 그래서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혼란을 가져온 건 최근 2년간의 온실가스 잠정치에 대한 한 언론 보도다. 2013년, 2014년 온실가스 배출량 잠정치가 각각 6억9760만t, 6억9360만t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당장 일각에서는 전년보다 배출량이 줄어들었으니 감축목표를 더 높이라고 주장한다. 심지어 국내총생산(GDP) 성장과 배출량의 ‘탈동조화’가 시작됐다는 해석도 등장한다. 2014년 GDP는 2013년 대비 3.3% 증가했지만 온실가스는 400만t 감소했다는 것이다.
국익도, 약속도 다 날릴 판
하지만 2013년이 어떤 해였나. 원전 중단으로 인한 전력난에 화력발전까지 마구 돌렸던 시기다. 이에 반해 2014년은 전력대란도 없었고 원전도 재가동했던 해다. 배출량 잠정치가 맞는다고 해도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의미 부여는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환경부는 2013년, 2014년 온실가스 배출량 잠정치를 공식 발표한 바 없다고만 할 뿐 별 말이 없다. 뭔가 수상쩍은 구석이 없지 않다. 현재의 배출량조차 정확한 자료 수집에 바탕을 둔 것인지 의문스럽기까지 하다. 국가 온실가스 통계관리위원회는 뭐하러 있는지 모르겠다.
선진국은 통계를 꿰차고 게임을 한다. 더구나 미국 유럽 등은 배출량 피크(peak)를 이미 기록해 자연감소 추세에 진입했다. 선진국 감축목표가 어떠니 저떠니 하지만 그 부담이 우리와는 다른 것이다. 국익이든, 국제적 약속이든 온실가스 통계부터 바로잡고 봐야 하지 않겠나.
안현실 논설·전문위원·경영과학박사 ahs@hankyung.com
문제는 감축목표 논란 이전에 온실가스 통계의 신뢰성이다. 정부는 경제성장률, 유가, 산업구조 등을 토대로 2030년 8억5060만t이라는 새로운 BAU를 내놨다. 과연 이 수치는 믿을 만한가.
엉터리 전망에 갈팡질팡
이미 정부에 대한 불신은 쌓일 대로 쌓인 터다. 논란은 이명박 정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2020년 BAU 기준 30% 감축목표를 국제사회에 내놨다. 그러나 그 후 배출실적이 감축을 위한 추가적 조치가 없다는 가정 아래 추정된 BAU를 초과하는 모순된 상황이 이어졌다. 산업계가 온실가스 목표제 아래에서 감축목표를 초과 달성했음에도 정부가 2009년 추산한 BAU보다 배출실적이 2010년 1400만t, 2011년 3100만t, 2012년 2000만t 정도 계속 웃돌았다. 뭔가 잘못됐다는 얘기다.
급기야 정부는 BAU를 재검토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논란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2030년 BAU만 해도 2010~2012년 배출실적 추세로 보면 1억t 이상 과소 전망됐을 거라는 게 산업계 주장이다. 이는 배출실적이 BAU를 웃도는 모순적 상황이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발표한 2030년 BAU 산정의 근거를 공개하라는 요구가 거센 것도 바로 그래서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혼란을 가져온 건 최근 2년간의 온실가스 잠정치에 대한 한 언론 보도다. 2013년, 2014년 온실가스 배출량 잠정치가 각각 6억9760만t, 6억9360만t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당장 일각에서는 전년보다 배출량이 줄어들었으니 감축목표를 더 높이라고 주장한다. 심지어 국내총생산(GDP) 성장과 배출량의 ‘탈동조화’가 시작됐다는 해석도 등장한다. 2014년 GDP는 2013년 대비 3.3% 증가했지만 온실가스는 400만t 감소했다는 것이다.
국익도, 약속도 다 날릴 판
하지만 2013년이 어떤 해였나. 원전 중단으로 인한 전력난에 화력발전까지 마구 돌렸던 시기다. 이에 반해 2014년은 전력대란도 없었고 원전도 재가동했던 해다. 배출량 잠정치가 맞는다고 해도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의미 부여는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환경부는 2013년, 2014년 온실가스 배출량 잠정치를 공식 발표한 바 없다고만 할 뿐 별 말이 없다. 뭔가 수상쩍은 구석이 없지 않다. 현재의 배출량조차 정확한 자료 수집에 바탕을 둔 것인지 의문스럽기까지 하다. 국가 온실가스 통계관리위원회는 뭐하러 있는지 모르겠다.
선진국은 통계를 꿰차고 게임을 한다. 더구나 미국 유럽 등은 배출량 피크(peak)를 이미 기록해 자연감소 추세에 진입했다. 선진국 감축목표가 어떠니 저떠니 하지만 그 부담이 우리와는 다른 것이다. 국익이든, 국제적 약속이든 온실가스 통계부터 바로잡고 봐야 하지 않겠나.
안현실 논설·전문위원·경영과학박사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