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23일 내놓은 서민금융 지원 강화 방안이 안심전환대출에 이어 또 시장대출금리를 왜곡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민금융 강화 방안] "정책금융이 대출금리 왜곡 우려…금융사가 저신용자 대출 외면할 것"
정부가 정책 서민금융 공급을 확대하기로 하면서 은행,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의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은행이 자체 재원으로 부담해온 새희망홀씨대출 공급 규모를 정부가 연 2조원에서 2조5000억원으로 5000억원 늘리기로 함에 따라 은행들로선 추가 부담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은 “대출 리스크는 그대로인데 금리를 낮추라고 하니 수익성은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안심전환대출로 인한 손실이 은행권 전체로 3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미 은행 전체 1분기 순이자마진(NIM)은 1.63%로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40%로 미국 은행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도 마찬가지다. 햇살론 추가 공급을 위해선 정부와 상호금융회사들이 각각 1조원의 재원을 더 마련해야 한다. 저축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출연금을 추가로 내야 하는 상황에서 대출금리도 낮춰야 해 역마진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대부업 최고금리 인하로 불법 사금융이 더 팽창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적정 금리를 받을 수 없게 된 대부업체들이 음성화함에 따라 제도권 금융회사를 이용하지 못하는 최하위 신용등급 소비자들이 사채시장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대형 대부업체 대표는 “대부업자들이 수익성을 위해 비교적 신용등급이 높은 사람에게도 최고 금리를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서민금융 지원 강화 방안이 중산층 대상의 안심전환대출이 큰 인기를 끈 뒤 서민층을 위한 금융지원도 필요하다는 정치권의 요구에서 출발했다는 점도 문제라는 주장이 나온다. 변동금리 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을 연 2%대의 고정금리 분할상환 대출로 바꿔준 안심전환대출이 큰 인기를 끌자 정치권은 추가적인 서민층 지원 대책을 강하게 요구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이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포퓰리즘 구호에 동원된 전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수익성이 떨어진 금융회사는 위기 때 손실흡수능력이 떨어져 경제에 더 큰 위험이 될 수 있다”며 “금융회사가 적정 수익을 확보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세금을 더 걷어 복지에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일규/박신영/박한신 기자 black0419@h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