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일본 쇼핑선호지 2위
면세점 들어서며 상권 회생
주변 호텔·식당도 손님 몰려
용산전자상가 침체와 대조
면세점뿐만이 아니다. 이곳에서 5분 거리의 드러그스토어 마쓰모토기요시도 미용 관련 상품 등을 구입하려는 요우커로 붐볐다. 4차선 대로 건너편에 있는 요도바시카메라 매장 역시 비슷한 모습이었다. 서울 용산전자상가가 2005년 이후 10년째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택시기사 아라카와 히로시는 “요즘 아키하바라에서 들리는 말은 온통 중국말”이라며 “쇼핑한 짐이 많아 트렁크가 안 닫힌다”고 했다.
일본 전자상가의 메카 아키하바라가 부활하고 있다. 1950년대 형성되기 시작한 아키하바라는 1980년대 전성기를 이루다가 1990년대 일본 ‘버블 붕괴’ 이후 부진에 빠졌다. 아키하바라의 상징인 라디오회관 건물이 영업난을 이기지 못해 2013년 문을 닫았을 정도다. 그러던 곳이 1년6개월여 만에 ‘전자 쇼핑 1번지’로서의 명성을 되찾고 긴자와 함께 도쿄를 떠받치는 관광 명소로 다시 떠올랐다.
아키하바라 회생의 일등공신은 요우커다. 일본정부관광국에 따르면 지난해 방일 중국인은 240만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올 들어 5월까지 방문객은 171만명으로 지난해 연간 방문객의 71.3%에 이른다. 아키하바라는 요우커들의 쇼핑 선호지역 조사에서 2007년 12위에서 지난해 2위로 올랐다.
유통·여행업계 관계자들은 면세점이 촉매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했다. 일본 3대 여행사 중 하나인 KNT의 하네다 이사미 마케팅부 과장은 “2009년 라옥스 같은 대형 면세점이 들어서고 비자 발급 요건 완화, 항공 노선 증설 등이 맞물리면서 면세점뿐만 아니라 아키하바라 전체 상권이 활기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라옥스의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40% 증가한 700억엔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인근 상권도 호조를 띠고 있다. 호텔 객실난을 빚고 있는 게 좋은 예다. 아키하바라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그랜드팰리스호텔의 도모유키 니야마 매니저는 “중국인이 아키하바라 일대 호텔을 점령하면서 도쿄로 출장 오는 일본인들이 방을 못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식당에도 요우커가 몰리면서 상가 임대료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고 현지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전했다.
도쿄=김병근 기자/서정환 특파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