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미국 금리인상 속도, 중국 '긴축발작'땐 더딜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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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런 의장 올해안 금리 인상 발언
금융시장 반응에 따라 속도 조절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금융시장 반응에 따라 속도 조절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연내 금리인상 발언과 중국 증시 폭락을 계기로 ‘버냉키-옐런식 통화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위기 극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 방식은 여건에 따라 중앙은행의 관할 범위와 목표, 적정금리 결정 방식, 금융감독권 등 모든 게 변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가장 큰 변화는 통화정책 관할 대상에 실물경제뿐만 아니라 자산시장 여건을 포함해야 한다는 견해다. 이 문제를 놓고 옐런 의장이 부의장으로 근무할 당시부터 ‘그린스펀 독트린’과 ‘버냉키 독트린’ 간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현재 미국 학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장기 침체론’ 논쟁도 같은 선상에 있다.
통화정책 대상에 원칙적으로 자산시장 여건을 포함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앨런 그린스펀 전 Fed 의장의 신념이었다. 이 독트린은 2000년대 초반 실물경제 여건만을 고려한 저금리 정책의 기반이었다. 그린스펀은 한때 ‘세계 경제대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둔 것처럼 보였지만 자산거품을 일으켜 금융위기를 낳게 한 주범으로도 꼽힌다.
이 때문에 갈수록 자산시장 비중이 높아지는 여건에서는 이를 감안한 통화정책의 유효성 제고방안과 새로운 중앙은행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 핵심은 통화정책이 금융위기 이전처럼 상품과 서비스 가격의 안정에만 주력해야 하는지, 아니면 자산가격 안정도 함께 꾀해야 하는지 여부다.
버냉키 전 의장과 옐런 의장은 ‘자산소득 효과’에 대해 미국 학계에서 가장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금융위기 직후처럼 실물과 금융 간 연계성이 끊어졌을 때는 제로금리, 양적 완화 등 ‘비정상 대책’을 통한 자산소득 효과로 실물경기 회복의 단초를 잡느냐 여부가 위기극복의 관건이라고 보고 실제로 통화정책에 이를 반영했다.
통화정책 관할범위 등 정책여건이 바뀐 만큼 중앙은행의 목표도 수정돼야 한다는 것이 버냉키-옐런식 통화정책의 기본 원칙이다. 전통적으로 중앙은행의 목표는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있는 만큼 통화론자와 시카고학파는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두는, 이른바 ‘천사와의 키스’만 할 것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버냉키 전 의장과 옐런 의장은 금융위기 이후 물가안정보다 고용창출에 우선목표를 두고 통화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Fed는 2012년 12월 회의에서 물가안정과 함께 고용목표제를 양대 책무로 도입했다. 이는 Fed 설립 이후 가장 큰 변화로 평가받았다. 이때 실무적인 차원에서 고용목표제 도입을 검토하고 주도했던 사람이 옐런 의장이다.
옐런 의장의 거듭된 발언 이후 세계 증시의 최대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는 금리인상 문제와 관련해 그 시기와 속도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그가 오래전부터 주장한 ‘최적통제준칙’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적통제준칙이란 Fed의 양대 책무를 달성하기 위해 두 목표로부터의 편차를 최소화하는 금리경로를 산출해 통화정책을 운영하는 방식을 말한다.
옐런 의장이 버냉키 전 의장보다 경기부양과 고용창출에 더 전향적인 것도 이 때문이다. 버냉키 시절까지 Fed는 ‘테일러 준칙’과 ‘수정된 테일러 준칙’에 따라 산출된 적정금리를 토대로 통화정책을 운영했다. 단순히 물가상승률에 성장률을 더해 적정성을 따지는 피셔공식과 달리 두 준칙은 Fed가 물가와 성장 어느 쪽에 더 중점을 뒀는지를 알 수 있다.
금융위기 이후에는 양적 완화와 같은 비정상적인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했음에도 경기와 고용창출이 빠르게 회복되지 않자 정책금리가 ‘제로’ 수준으로 오랫동안 묶여 있었다. 이 상황에서 종전의 ‘테일러 준칙’과 ‘수정된 테일러 준칙’의 한계가 노출된 만큼 최적통제준칙으로 통화정책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 옐런 의장의 주장이다.
올 하반기 이후 최적통제준칙에 따라 금리를 올리더라도 경기와 고용창출에 미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 속도를 조절해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달경로(통화량 조절→금리 변화→총수요 증감→성장률 변경)상 시차가 긴 점을 감안해 통화정책을 ‘선제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종전의 인식 및 관행과는 다른 점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금리인상 후 나타날 금융시장 반응을 감안해 최적통제준칙에 따른 인상 경로보다 앞당기거나 늦출 수 있다는 점이다. 경제지표를 토대로 금리를 올리더라도 중국 등에서 ‘긴축 발작’이 나타나면 인상 속도는 최적통제준칙에 의한 경로보다 더 신중하게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역풍 효과’로 미국 경제도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금리를 올리더라도 금융시장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거품이 더 심해지면 인상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옐런 의장의 발언 이후 금리를 올리더라도 그 속도는 완만하게 가져갈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과는 분명히 다르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가장 큰 변화는 통화정책 관할 대상에 실물경제뿐만 아니라 자산시장 여건을 포함해야 한다는 견해다. 이 문제를 놓고 옐런 의장이 부의장으로 근무할 당시부터 ‘그린스펀 독트린’과 ‘버냉키 독트린’ 간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현재 미국 학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장기 침체론’ 논쟁도 같은 선상에 있다.
통화정책 대상에 원칙적으로 자산시장 여건을 포함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앨런 그린스펀 전 Fed 의장의 신념이었다. 이 독트린은 2000년대 초반 실물경제 여건만을 고려한 저금리 정책의 기반이었다. 그린스펀은 한때 ‘세계 경제대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둔 것처럼 보였지만 자산거품을 일으켜 금융위기를 낳게 한 주범으로도 꼽힌다.
이 때문에 갈수록 자산시장 비중이 높아지는 여건에서는 이를 감안한 통화정책의 유효성 제고방안과 새로운 중앙은행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 핵심은 통화정책이 금융위기 이전처럼 상품과 서비스 가격의 안정에만 주력해야 하는지, 아니면 자산가격 안정도 함께 꾀해야 하는지 여부다.
버냉키 전 의장과 옐런 의장은 ‘자산소득 효과’에 대해 미국 학계에서 가장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금융위기 직후처럼 실물과 금융 간 연계성이 끊어졌을 때는 제로금리, 양적 완화 등 ‘비정상 대책’을 통한 자산소득 효과로 실물경기 회복의 단초를 잡느냐 여부가 위기극복의 관건이라고 보고 실제로 통화정책에 이를 반영했다.
통화정책 관할범위 등 정책여건이 바뀐 만큼 중앙은행의 목표도 수정돼야 한다는 것이 버냉키-옐런식 통화정책의 기본 원칙이다. 전통적으로 중앙은행의 목표는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있는 만큼 통화론자와 시카고학파는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두는, 이른바 ‘천사와의 키스’만 할 것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버냉키 전 의장과 옐런 의장은 금융위기 이후 물가안정보다 고용창출에 우선목표를 두고 통화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Fed는 2012년 12월 회의에서 물가안정과 함께 고용목표제를 양대 책무로 도입했다. 이는 Fed 설립 이후 가장 큰 변화로 평가받았다. 이때 실무적인 차원에서 고용목표제 도입을 검토하고 주도했던 사람이 옐런 의장이다.
옐런 의장의 거듭된 발언 이후 세계 증시의 최대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는 금리인상 문제와 관련해 그 시기와 속도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그가 오래전부터 주장한 ‘최적통제준칙’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적통제준칙이란 Fed의 양대 책무를 달성하기 위해 두 목표로부터의 편차를 최소화하는 금리경로를 산출해 통화정책을 운영하는 방식을 말한다.
옐런 의장이 버냉키 전 의장보다 경기부양과 고용창출에 더 전향적인 것도 이 때문이다. 버냉키 시절까지 Fed는 ‘테일러 준칙’과 ‘수정된 테일러 준칙’에 따라 산출된 적정금리를 토대로 통화정책을 운영했다. 단순히 물가상승률에 성장률을 더해 적정성을 따지는 피셔공식과 달리 두 준칙은 Fed가 물가와 성장 어느 쪽에 더 중점을 뒀는지를 알 수 있다.
금융위기 이후에는 양적 완화와 같은 비정상적인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했음에도 경기와 고용창출이 빠르게 회복되지 않자 정책금리가 ‘제로’ 수준으로 오랫동안 묶여 있었다. 이 상황에서 종전의 ‘테일러 준칙’과 ‘수정된 테일러 준칙’의 한계가 노출된 만큼 최적통제준칙으로 통화정책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 옐런 의장의 주장이다.
올 하반기 이후 최적통제준칙에 따라 금리를 올리더라도 경기와 고용창출에 미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 속도를 조절해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달경로(통화량 조절→금리 변화→총수요 증감→성장률 변경)상 시차가 긴 점을 감안해 통화정책을 ‘선제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종전의 인식 및 관행과는 다른 점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금리인상 후 나타날 금융시장 반응을 감안해 최적통제준칙에 따른 인상 경로보다 앞당기거나 늦출 수 있다는 점이다. 경제지표를 토대로 금리를 올리더라도 중국 등에서 ‘긴축 발작’이 나타나면 인상 속도는 최적통제준칙에 의한 경로보다 더 신중하게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역풍 효과’로 미국 경제도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금리를 올리더라도 금융시장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거품이 더 심해지면 인상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옐런 의장의 발언 이후 금리를 올리더라도 그 속도는 완만하게 가져갈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과는 분명히 다르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