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에 또 불거진 표절 의혹…신경숙 "대응 않겠다"
소설가 신경숙 씨와 출판사 창비가 신씨의 작품에 대해 제기된 표절 의혹을 17일 정면으로 반박했다. 신씨가 1994년 발표한 단편 ‘전설’이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가 쓴 ‘우국’의 한 부분과 비슷하다는 표절 의혹에 대한 반응이다.

소설가 겸 시인 이응준 씨는 지난 16일 온라인매체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이란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이씨는 기고문에서 “신씨가 쓴 전설의 한 대목은 미시마가 쓴 작품을 그대로 따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설은 1994년 계간 《문학과 사회》에 발표된 뒤 1996년 소설집 《오래전 집을 떠날 때》(창비)에 수록됐고, 2005년 《감자 먹는 사람들》이란 제목의 개정판으로 재출간됐다. 논란이 된 부분은 이렇다.

“두 사람 다 실로 건강한 젊은 육체의 소유자였던 탓으로 그들의 밤은 격렬했다. 밤뿐만 아니라 훈련을 마치고 흙먼지투성이의 군복을 벗는 동안마저 안타까워하면서 집에 오자마자 아내를 그 자리에 쓰러뜨리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레이코도 잘 응했다. 첫날밤을 지낸 지 한 달이 넘었을까 말까 할 때 벌써 레이코는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고, 중위도 그런 레이코의 변화를 기뻐하였다.”(‘우국’)

“두 사람 다 건강한 육체의 주인들이었다. 그들의 밤은 격렬하였다. 남자는 바깥에서 돌아와 흙먼지 묻은 얼굴을 씻다가도 뭔가를 안타까워하며 서둘러 여자를 쓰러뜨리는 일이 매번이었다. 첫날밤을 가진 뒤 두 달 남짓, 여자는 벌써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 (중략)여자의 변화를 가장 기뻐한 건 물론 남자였다.”(‘전설’)

문제를 제기한 이씨는 “순수문학 프로 작가로서는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명백한 ‘작품 절도행위-표절’인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출판사를 통해 입장을 표명한 신씨는 “(미시마는) 오래 전 ‘금각사’ 외엔 읽어본 적이 없는 작가로 해당 작품은 알지 못한다”며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런 일은 작가에겐 상처만 남는 일이라 대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창비 문학출판부는 “인용 장면은 두 작품 모두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몇몇 문장의 유사성이 있더라도 이를 근거로 표절 운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표절 논란이 일자 독자들 사이에선 “한국을 대표하는 인기 작가로서 무책임한 행동이었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문학평론가와 저작권 전문가들의 태도는 조심스럽다. 표절은 문장 비교만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므로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문학평론가는 “작가의 작품은 독창적이면서도 이전 작품들로부터 영향을 받는다”며 “문제가 있는 부분이 작품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저작권 전문 변호사도 “수십 편의 작품을 쓰고 문학계에서 평가를 받은 사람에 대해 어느 한 부분이 얼마나 비슷한가를 말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예술 작품에 대한 표절 시비를 막기 위해선 해당 분야 전문가와 표절 문제 전문가들이 오랜 시간 숙고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