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개국 장르영화 235편 상영…"메르스 상황 따라 규모 조정할 수도"

장르영화로 한여름 무더위를 날려보내는 영화 축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가 내달 16일 19번째 문을 열고 11일의 여정에 나선다.

영화제 집행위원회는 개막을 한달 앞둔 16일 오전 세종대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랑, 환상, 모험'을 주제로 한 올해 영화제의 특징과 상영작을 발표했다.

올해는 45개국에서 온 235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이 가운데 세계 최초 공개(월드 프리미어) 작품은 예년보다 크게 늘어난 64편, 자국 밖 첫 공개(인터내셔널 프리미어) 작품은 14편, 아시아 첫 상영(아시아 프리미어) 작품은 61편이다.

이번 영화제의 특징은 판타스틱영화제로서 정체성을 확고히 할 만한 판타지 장르에 집중한 프로그래밍이다.

공포와 엽기뿐 아니라 SF, 스릴러, 서스펜스, 액션을 포함해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 겪을 수 없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들이 주로 상영된다.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는 중화권, 여전히 안정적인 평가를 받는 일본, 장르영화의 메카로 자리를 굳힌 한국 등 아시아 장르영화를 선보인다.

일본 소노 시온 감독과 중국 런다화(任達華) 감독의 기획전이 마련되며 한국 인디 장르 영화 특별전, 한국영화아카데미(KAFA)가 3D 영화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특별전도 진행된다.

구미권에서는 좀비물이 강세였던 작년과 달리 괴수·SF·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영화들이 다수 찾아온다.

장르영화 쇼케이스의 하나로 멕시코 영화들이 소개된다.

상업적 장르영화들이 다수 포함돼 관객과의 접점을 늘리려 한 점도 눈에 띈다.

장편 경쟁 부문에 진출한 '차이나타운', 특별전에 포함된 '신촌좀비만화' 등 기존 극장 개봉작도 초청작에 포함됐다.

올해 영화제 슬로건도 이에 맞춰 '비 어 팬, 비판(Be a Fan, BiFan!)'이다.

또한 '클래식 SF영화' 특별전도 열려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조지 밀러의 '매드 맥스2'를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다.

올해 영화제에는 장르영화 제작 지원 프로그램인 아시아판타스틱영화제작네크워크(NAFF)를 통해 완성된 작품을 소개하는 '비판 디스커버리즈' 부문이 신설됐다.

또 NAFF에서는 12개국 21편의 '잇 프로젝트' 선정작과 5편의 '중국 프로젝트 스포트라이트' 선정작이 소개된다.

올해의 개막작은 프랑스 안투안 바르두 자케트 감독의 '문 워커스'. 1960년대 말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정보기관 요원과 히피들의 사기극을 그렸다.

폐막작은 김휘 감독의 '무녀굴'로, 퇴마사가 기이한 현상을 겪는 여성을 치료하다가 절대 비극의 산물과 마주하는 이야기다.

부천영화제는 부분 경쟁 영화제로, '부천 초이스'라는 이름으로 장편과 단편 부문에서 각각 총상금 2천500만원, 1천300만원을 내걸고 시상한다.

관객이 축제로서 영화제를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행사도 준비된다.

캠핑장에서 영화와 음악을 함께 즐기는 '우중영화산책',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며 모험을 떠나는 '판타스틱 미션 헌터스', 부천문화재단 예술체험 부스 '부천 예술가 살롱' 등이다.

그러나 이번 영화제의 가장 큰 복병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다.

대형 국제행사인 만큼 영화제가 열리는 내달까지 사태가 이어진다면 정상적인 개최가 어려울 수도 있다.

부천영화제는 행사 자체를 취소하는 일은 없겠지만, 규모와 형식을 조정할 여지는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빈 집행위원장은 "개최를 안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보건당국의 발표에 맞춰 규모나 형식 면에서 1년 농사(준비)가 헛되지 않도록 실망스럽지 않게 펼쳐내겠다"고 말했다.

최근 영화진흥위원회의 부산국제영화제 지원 축소 사태와 관련해서는 김 위원장은 '공동 발전'을 강조했다.

올해 부산영화제에 대한 지원금이 14억6천만원에서 8억원으로 줄었으나 부천영화제 지원금은 5억5천만원에서 6억원으로 늘었다.

김 위원장은 "지원금이야 많을수록 좋지만, 그것이 다른 여건 때문이라면 전혀 반갑지 않다"며 "국제영화제는 같이 발전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