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은행 '환율조작'에 한국 기업도 당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영국 런던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 환율을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는 JP모간 등 6개 글로벌 대형 은행을 조사 중이다. 이들 글로벌 은행을 통해 유로화를 사고판 한국 기업과 은행들이 환율 조작으로 금전적 손해를 봤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유로·달러 환율 관련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환율 조작으로 손해를 본 한국 중소기업도 이들을 포함한 11개 글로벌 은행을 영국 법원에 제소하기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카르텔조사국이 바클레이즈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 JP모간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UBS 등 6개 글로벌 은행의 유로·달러 환율 조작혐의에 대해 지난달부터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6개 은행의 외환트레이더들은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채팅방 담합으로 런던외환시장에서 세계 유로·달러 거래의 기준이 되는 ‘ECB 픽스’(ECB fix·오후 1시15분 고시환율)와 ‘WM 로이터 픽스’(오후 4시 고시환율)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작했다.

예컨대 한 기업으로부터 1시15분 고시환율로 1억유로 매수 주문을 받은 트레이더는 유로를 싼값에 미리 사뒀다가 다른 5개 은행 트레이더들과 함께 1시14분부터 유로 매수 주문을 계속 내서 유로 가격을 끌어올렸다. 트레이더는 유로값이 오른 만큼 더 많은 달러를 기업으로부터 받아 부당이익을 챙겼다.

글로벌 은행을 통해 유로화를 조달한 국내 은행과 기업들도 피해를 보았을 것이란 예상이다. 국내 은행과 기업들은 주로 글로벌 은행의 외환트레이더를 통해 유로화를 산다. 조작된 고시환율로 거래했을 경우 직접적인 금전 손실이 발생했을 것으로 공정위는 보고 있다. 올 1분기 국내 은행(외국계 은행 서울지점 포함)의 유로·달러 거래금액은 하루평균 23억8000만달러(약 2조6180억원)에 달했다.

유로·달러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벗어나면 손실이 발생하는 키코(KIKO)에 가입했다가 환율 조작 때문에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되는 한국 중소기업들도 곧 영국 법원에 글로벌 은행 11곳을 제소할 계획이다.

황정수/임도원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