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전략으로 ‘배짱영업’을 하던 해외 명품브랜드들이 한국시장 판매가를 잇달아 내리고 있다.

12일 명품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명품 시계·보석회사인 리치몬트그룹은 계열 브랜드인 IWC, 예거르쿨트르, 파네라이, 바쉐론콘스탄틴, 피아제의 국내 가격을 최근 5~10% 인하했다. 까르띠에는 면세점 판매가를 5% 낮췄다. 앞서 지난 3~4월에는 스위스 시계 파텍필립과 태그호이어, 프랑스 잡화 고야드 등이 국내 판매가를 최대 30% 가까이 내렸다. 시계 보석 잡화 등 명품 브랜드 전반에서 가격 인하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샤넬은 3월 ‘보이샤넬’ ‘2.55’ ‘클래식’ 등의 핸드백값을 10~20% 내렸다. 콧대 높은 샤넬의 가격 인하는 이례적인 일로 큰 화제가 됐다.

명품 브랜드가 가격을 인하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환율 변동이다. 리치몬트코리아 관계자는 “올 들어 유로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유럽지역 가격이 내려감에 따라 가격의 국제적인 균형을 위해 본사 차원에서 아시아 가격을 일괄 인하했다”고 말했다.

명품 브랜드의 가격전략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품을 공식 매장보다 싸게 살 수 있는 온라인 중고 거래, 병행수입 등 이른바 ‘회색시장’으로 소비자가 이탈하고 있어서다. 패션컨설팅업체 MPI의 최현호 대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가격정보 공유가 활발해지면서 특정 국가에서만 비싸게 파는 기존 가격전략은 고수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