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실내악의 짙은 토속 정서와 사색적인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공연이 열린다. 오는 16일 서울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르는 체코 출신 현악4중주단 ‘파벨 하스 콰르텟’(사진)의 첫 내한공연이다.

파벨 니클(비올라), 베로니카 야루슈코바(제1바이올린), 페테르 야루세크(첼로), 마렉 쥐벨(제2바이올린)로 구성한 이 실내악단은 2002년 체코 프라하에서 창단했다. 2005년 이탈리아 파울로 보르치아니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 무대에 데뷔했다. 2007년 내놓은 첫 음반이 영국 클래식음악 평론지 그라모폰의 ‘베스트 실내악 음반’으로 선정되면서 음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11일 이메일 인터뷰에서 “체코 현악4중주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곡들을 연주할 예정”이라며 “한국 클래식 관객 수준이 높다고 들어 무척 기대된다”고 방한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4중주단의 이름은 홀로코스트에 희생된 체코 출신 유대계 작곡가 파벨 하스(1899~1944)에서 따왔다. “그가 작곡한 현악4중주 세 곡이 가슴에 남아 있어요. 그의 비참했던 말년이나 시대적 비극을 재조명하기보다 그가 남긴 음악유산 때문에 파벨 하스란 이름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이번 공연에서 연주하는 현악4중주는 에르빈 슐호프의 제1번, 안토닌 드보르자크의 제12번 ‘아메리카’, 레오시 야나체크의 제2번 ‘비밀편지’ 등이다. “슐호프의 곡 중에는 슬로바키아의 전통음악을 본떠 다채롭고 흥미로운 작품이 많습니다. 드보르자크와 야나체크의 곡은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4중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실내악이고요.”

이들은 “18~19세기 체코의 모든 가정에서 음악이 연주됐고 그만큼 아마추어 실내악 앙상블도 많았다”며 “19세기 프라하에 세워진 체코국립극장도 일반시민이 재정을 지원해 건립됐을 만큼 체코의 실내악 전통이 깊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실내악 연주가 좋아서 시작했고 정직한 자세로 음악을 대하고 있어요. 4중주의 연주자로 사는 것은 특별한 삶입니다. 실내악에 대한 열정과 더불어 부단한 연습, 멤버끼리의 호흡이 굉장히 중요해요.”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