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고 윤기 나는 형태의 물체가 프레임을 가득 채우고 있다. 팝아트 미술작품을 연상시키는 이것은 사진가 현홍이 립스틱을 모아 사진으로 찍은 것이다. 비슷해 보이지만 립스틱의 색은 제각각이다. 그것을 바르는 사람들은 미세한 색감의 차이를 즐긴다. 멋쟁이들은 만나는 사람이나 자리에 따라 색을 달리 고른다.

사진 속에서 온갖 립스틱들이 “내가 가장 고혹적이다”고 아우성치고 있다. 하지만 어떤 것도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진 않는다. 보기에 따라선 모두 다 붉은색 막대일 뿐이다. 작가는 현대인이 애용하는 상품을 통해 규격화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풍자하고 있다. (자료제공 키미아트)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