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대표 작가 두란의 눈에 비친 6·25전쟁 참상
1950년 발발한 6·25전쟁에는 전투 지원 16개국, 의무 지원 5개국 등 21개국이 한국을 돕기 위해 참전했다. 그들은 말도 통하지 않고 기후도 낯선 한반도에서 처음 보는 적과 싸웠다. 1951년부터 참전한 남미의 콜롬비아도 연인원 5000여명을 파견, 여러 전투에서 격렬한 싸움을 치르며 전사자 213명, 부상자 448명의 피해를 봤다. 콜롬비아 대표 작가인 모레노 두란의 장편 《맘브루(문학동네)》는 6·25전쟁 참전용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의 참상을 그린 소설이다.

주인공 비나스코는 콜롬비아에서 인정받는 역사가이자 6·25전쟁에서 전사한 비나스코 중위의 아들이다. 그는 콜롬비아 대통령의 수행원으로 한국을 방문하면서 시신 없이 장례를 치러야 했던 아버지의 흔적을 찾는다. 또한 한국에 터를 잡은 갈린데스를 비롯한 참전용사 7명으로부터 이야기를 듣는다. 전쟁이 한창이던 서울에 입성한 한 참전용사는 서울의 처참한 모습을 이렇게 회고한다.

“서울은 악취를 풍겼고, 우리 눈앞의 쥐들과 망가진 무기들과 예전에는 화려한 자태를 뽐냈을 궁전의 유령 같은 뼈대를 보여주고 있었어요. 원자폭탄이 투하된 다음날 히로시마의 모습이 그러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그 폐허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끼쳤습니다.”

참전용사들은 전쟁 당시 보잘것없는 사람들이었을지 몰라도 주인공은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전쟁의 진실을 찾으려 한다. 작품은 전쟁 속에서 꽃피운 위대한 희생이나 공적을 아름답게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전쟁에 휘말린 국가와 군인들의 이야기를 미시적으로 그리며 부조리함을 역설한다. 콜롬비아 포스트모던 소설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작가는 국가가 말하는 공식적인 역사와 개인들이 말하는 진실의 충돌을 묘사한다. 이때 유용하게 쓰이는 도구가 유머와 아이러니다.

콜롬비아 사람들에게 이 전쟁은 까닭을 알 수 없는 싸움이었을지도 모른다. 작품은 이 궁금증을 참전용사들의 목소리로 복원한다. 책을 번역한 송병선 울산대 스페인·중남미학과 교수는 “‘맘브루’는 문학적 유희를 통해 진실에 의문을 던진 포스트모던 역사소설”이라며 “이를 통해 6·25전쟁은 진정한 문학적 소재가 됐다”고 평했다. 452쪽, 1만5000원.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