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금융시장의 화두는 ‘초(超)저금리’였다.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가 연 1%대로 내려앉으면서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낼 수 있는 금융상품으로 돈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상반기 내내 ‘머니무브(money move)’ 추세가 이어졌다. 은행 예금 등 안전자산을 선호하던 자산가들의 투자 패턴에도 변화가 일었다. 상반기 인기상품을 정리해본다.
[재테크 '챔피언'] 錢의 대이동…중위험·중수익 상품만 웃었다
0.1%포인트에 움직인 예금상품

[재테크 '챔피언'] 錢의 대이동…중위험·중수익 상품만 웃었다
금융 투자상품 중 정기예금은 상반기 내내 인기를 끌지 못했다. 저금리로 이자 수익이 박해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75%로 낮춘 3월 이후엔 이런 현상이 더 심화됐다. 개인 고객이 많이 찾는 은행권 1년짜리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지난 4월 연 1.84%로 사상 처음으로 1%대에 진입했다. 연 2.0% 미만의 정기예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1월 22.6%에서 4월엔 92.1%에 달했다. 이 때문에 정기예금에서 빠져나간 돈이 급증했다. 올해 1~4월 정기예금 이탈액은 15조원에 육박했다. 반면 수시입출식 예금에는 돈이 몰렸다. 금리 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만큼 적당한 투자처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대기성’ 자금이 늘어난 덕분이다. 1~4월 은행권 수시입출식 예금은 10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예금상품 인기는 대체로 시들했지만 연 2% 초반대 금리를 주는 특판성 상품은 불티나게 팔렸다. 최고 연 2%대 금리(우대금리 포함)를 주는 부산은행의 ‘가을야구정기예금’은 지난 3월 출시 한 달 만에 3000억원 한도를 채웠다. 하나·외환은행이 지난달 출시한 ‘대한민국만세 정기예금’도 최고 연 2.05%의 금리를 주는 덕분에 두 달여 만에 예금잔액 1조원을 돌파했다.

ELS, CMA 등에 돈 몰려

[재테크 '챔피언'] 錢의 대이동…중위험·중수익 상품만 웃었다
은행 예금 인기가 주춤하는 사이 파생상품엔 돈이 몰렸다. 상반기 최대 인기 파생상품은 단연 주가연계증권(ELS)이었다. ELS는 통상 3년간 주가지수가 반토막 나지 않으면 7~10%의 수익률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5월 말 기준 ELS 발행잔액(공모형·개인투자 기준)은 35조7262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말(31조7864억원) 대비 약 4조원 늘었다. 증시가 과도하게 올랐다는 심리가 확산되면서 4월 이후 잠시 주춤했지만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DLS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DLS는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와 달리 금리, 통화, 원자재가격 변동에 따라 수익이 나는 파생상품이다. DLS 발행잔액은 지난해 말 5조3000억원에서 지난달 말 6조원 가까이로 늘었다.

한풀 꺾였던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의 인기도 되살아나는 추세다. 지난 4월 말 기준 CMA 잔액은 49조4886억원으로 지난해 말(46조3349억원) 대비 3조원 이상 늘었다. 잔액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다. 초저금리 기조에 맞춰 증권사들이 고금리를 주는 상품을 속속 내놓은 결과다. 대표적인 게 신한금융투자가 지난 3월 내놓은 ‘CMA R+ 체크카드’다. 한 달에 카드로 50만원을 사용하면 CMA 계좌 금리를 3.65%, 100만원 이상 사용하면 4.85%의 고금리를 주는 상품이다. 펀드 상품 중에선 혼합형 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주식형 펀드나 채권형 펀드와 달리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는 게 혼합형 펀드의 장점이다. 올 들어 혼합형 펀드에는 2월 4조1300억원, 3월 1조3800억원, 4월 3조8000억원의 돈이 몰리면서 4월 말 기준 잔액이 80조원을 넘어섰다.

연금전환형 종신보험도 인기

상반기 보험 상품 중에서는 연금전환형 종신보험이 대세를 이뤘다. 피보험자가 사망한 뒤에야 보험금을 지급받는 기존 종신보험과 달리 연금전환형은 나중에 수령할 보험금 중 일정액을 의료비 생활비 등으로 받는 구조다. 고령화 시대 맞춤형 상품으로 주요 보험사가 비슷한 구조의 상품을 잇달아 출시했다. 대표적인 상품은 신한생명의 ‘신한연금 미리 받을 수 있는 종신보험’이다. 지난 4월에 나온 이 상품은 두 달도 안돼 누적가입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

퇴직연금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특히 개인형 퇴직연금(IRP)에 가입하려는 직장인이 많았다. 올해부터 세제혜택이 퇴직연금을 포함해 최대 700만원으로 늘어난 덕분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개인형 IRP 적립액은 8조1372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말 대비 8%(6014억원) 증가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