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의 부패 스캔들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가운데 유럽축구연맹(UEFA)을 중심으로 한 ‘반(反)블라터’ 진영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UEFA는 월드컵과 경쟁할 새로운 축구대회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FIFA 후원 기업을 압박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축구의 최대 시장 유럽이 이탈할 경우 막대한 수입과 예산을 주무르는 ‘축구 제국’에 큰 타격을 줄 전망이다.

월드컵 보이콧 움직임 가속

영국 데일리메일은 제프 블라터 FIFA 회장의 5선을 앞두고 UEFA 내부에서 새로운 축구대회를 열자는 주장이 나왔다고 1일(한국시간) 보도했다. 알란 한센 전 덴마크 축구협회장은 4년마다 열리는 유러피언챔피언십을 월드컵에 대항할 국제적인 축구대회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54개 유럽 국가가 참여하는 유러피언챔피언십에 유럽 이외 지역 국가의 참여를 허용하고, 4년마다 열어온 대회를 2년에 한 번 치르는 것으로 기간을 단축하자는 것이다.

앞서 UEFA는 블라터 회장이 당선되면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보이콧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러피언챔피언십을 월드컵에 대항할 축구대회로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는 이런 UEFA의 입장과 같은 맥락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해석한다.

유럽이 떨어져나가면 월드컵은 ‘세계인의 축구잔치’라는 위상을 잃게 된다. 브라질 월드컵의 경우 출전국 3분의 1에 달하는 11개국이 유럽팀이었다. 스페인 잉글랜드 독일 등 유럽의 주요 강팀이 빠지면 ‘반쪽 월드컵’이 될 수밖에 없다.

유럽은 또한 세계 최대 축구시장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FIFA는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에서 40억달러(약 4조4000억원)를 벌어들였으며 TV 중계권료로만 24억3000만달러를 챙겼다. 그중 유럽에서 번 돈이 11억7000만달러로 절반에 육박했다.

미셸 플라티니 UEFA 회장은 월드컵 보이콧은 물론 아예 UEFA를 FIFA에서 분리해 독립 기구화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플라티니 회장은 오는 7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맞춰 긴급 총회를 소집했다. 이 총회에서 유러피언챔피언십 확대나 월드컵 보이콧, FIFA 탈퇴 등의 대응 방안이 심도있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스폰서들에 ‘돈줄 차단’ 요구

TV 중계권료 외에 FIFA의 또 다른 돈줄인 후원사를 압박하려는 움직임도 나온다. 주앙 아벨란제 전 FIFA 회장은 상업주의를 기치로 공식 후원사를 지정했다. 이들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는 대신 경기장이나 TV 광고 등의 독점권을 준 것이다.

블라터 회장은 한발 더 나아가 아디다스, 코카콜라, 비자, 소니, 현대·기아자동차, 에미레이트항공 등 6개 파트너십, 스폰서십(8개사), 국가별 후원사로 세분화했다. FIFA는 브라질 월드컵 공식 파트너사와 후원사로부터 16억3000만달러(약 1조800억원)를 받았다.

영국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윌리엄 왕세손은 지난달 30일 런던에서 열린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결승전에 앞서 FA 명예회장 자격으로 “스폰서 등 FIFA를 후원하는 사람들이 FIFA의 개혁을 압박해야 한다”며 스폰서들의 실력 행사를 촉구했다.

스폰서들은 FIFA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브랜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해 말 이미 에미레이트항공과 소니가 후원 계약 연장을 포기했다. 또 다른 스폰서가 FIFA 후원을 포기하면 FIFA는 수입 및 재정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