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경기 이천 휘닉스스프링스CC에서 열린 E1채리티오픈에서 우승한 이정민이 우승컵에 입맞춤하고 있다.
31일 경기 이천 휘닉스스프링스CC에서 열린 E1채리티오픈에서 우승한 이정민이 우승컵에 입맞춤하고 있다.
‘샷 메이킹의 달인’ 이정민(23·비씨카드·사진)이 극적인 역전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이정민은 31일 경기 이천 휘닉스스프링스CC(파72·6456야드)에서 열린 E1채리티오픈 마지막날 3라운드에서 최종 합계 12언더파를 쳐 우승컵을 안았다. 지난 17일 NH투자증권레이디스챔피언십 우승에 이은 올 시즌 두 번째 우승이자, 2010년 두산매치플레이챔피언십 우승 이후 통산 6승째다. 이정민은 우승상금 1억2000만원을 보태 올 시즌 총상금을 2억9434만원으로 늘렸다. 전인지(21·하이트진로) 고진영(20·넵스)에 이은 상금랭킹 3위다.

◆맘먹은 곳에 볼 떨궈

선두와 4타 차로 마지막날을 시작한 이정민은 이날 하루에만 7타를 줄이는 고도의 집중력을 보여주며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보기는 1개로 틀어막는 대신 버디 8개를 뽑아냈다. 이날 그린 적중률이 1위(80.86%)에 오를 만큼 아이언샷 감각이 좋았다.
31일 경기 이천 휘닉스스프링스CC에서 열린 E1채리티오픈에서 우승한 이정민이 우승컵에 입맞춤하고 있다(위). 이날 경기에서 8개홀 연속 버디로 KLPGA 신기록을 세운 조윤지가 스코어보드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아래). 연합뉴스
31일 경기 이천 휘닉스스프링스CC에서 열린 E1채리티오픈에서 우승한 이정민이 우승컵에 입맞춤하고 있다(위). 이날 경기에서 8개홀 연속 버디로 KLPGA 신기록을 세운 조윤지가 스코어보드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아래). 연합뉴스
이정민은 프로선수 사이에서도 ‘샷 메이킹’의 달인이라는 평을 받을 만큼 자유자재로 샷을 구사한다. 올해 목표가 ‘기술적 완성’이라고 공공연히 말했을 정도로 정밀한 아이언샷과 웨지샷을 연구하고 즐긴다. 이정민은 “챔피언조와 4타 차였기 때문에 기대하지 않았는데, 긴장하지 않고 편안하게 친 게 좋은 결과로 연결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민의 시즌 2승으로 올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즌 다승자는 모두 3명으로 늘었다. 현재 고진영과 전인지가 2승씩을 챙긴 상태다.

11언더파를 친 김지현(24·롯데)이 단독 2위로 경기를 마감했다. 단독 선두로 최종일을 맞아 3년 만의 우승을 기대했던 정희원(24·파인테크닉스)은 이날 1타를 줄이는 데 그쳐 조윤지(24·하이원리조트) 배선우(21·삼천리)와 함께 10언더파 공동 3위에 올랐다. 첫날 홀인원을 앞세워 단독 선두에 올랐던 ‘골프 맘’ 안시현(31)은 이날 버디 4개, 보기 2개를 묶어 2타를 줄여 공동 8위로 대회를 끝마쳤다.

◆조윤지 8개홀 연속 버디 신기록

공동 3위에 오른 조윤지는 이날 특별한 기록을 세웠다. KLPGA투어 사상 최다 연속 버디 신기록을 작성한 것. 그는 1번홀부터 8번홀까지 줄버디를 잡았다. 이전까지 KLPGA 최다 기록은 6개홀 연속 버디다. 6개홀 연속 버디는 지금까지 모두 9명이 있었지만 8개홀 연속 버디는 조윤지가 처음이다. 미국 LPGA 기록(9홀)에서 한 홀 모자란다. LPGA 기록은 베스 대니얼(미국)이 1999년 필립스인비테이셔널 2라운드에서 작성했다.

조윤지는 9번홀(파4)에서도 두 번째 샷을 홀 1m도 안되는 곳에 붙였지만 퍼팅한 볼이 홀컵을 돌아나오는 바람에 연속 버디 행진을 멈췄다. 조윤지가 전반 9개홀에서 친 28타는 2002년 10월 우리증권클래식에서 서진이 세운 최소타와 타이기록이다.

조윤지의 아버지는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감독대행을 지낸 조창수 씨고 어머니는 여자 프로배구 GS칼텍스 감독을 지낸 조혜정 씨다. 언니 조윤희 역시 프로골퍼 출신으로 KLPGA 이사를 맡고 있다.

조윤지는 “연습하면서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란 예감은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기록을 작성할 때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