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사용 전등이 아크등이란 사실도 밝혀내
한반도에 처음 전등이 불을 밝힌 것은 1887년. 조선 왕실은 당시 미국 신문물을 시찰하고 온 보빙사(報聘使)의 건의에 따라 1884년 에디슨 전기회사와 계약을 맺고 3년 뒤 최초의 전기등소(電氣燈所)를 세웠다. 발전 용량은 양초 16개 정도 밝기를 지닌 전등 750개에 불을 밝힐 수 있는 규모였다. 전등은 건청궁 내 장안당과 곤녕합의 대청과 앞뜰, 향원정 주변에 설치됐다.
이처럼 한국 전기 발전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전기등소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발견됐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지난해부터 시행한 경복궁 흥복전 권역 영훈당 터에 대한 발굴조사를 통해 전기등소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했다고 27일 발표했다.
그동안 전기등소는 향원지 북쪽과 건청궁 남쪽 사이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영훈당과 흥복전 등이 1917년 화재로 소실됐던 창덕궁을 중건하면서 철거됐기 때문에 전기등소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없었다. 이번 조사로 유구를 확인하면서 전기등소가 향원지 남쪽과 영훈당 북쪽 사이에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탄소봉, 유리 절연체 등 출토된 유물을 통해 당시 경복궁을 밝힌 전등은 백열등이 아니라 아크등이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문화재청은 “이번 발굴 조사는 전기 발전사 연구에 있어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조사 결과는 경복궁 원형 복원을 위한 기초자료로도 활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