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제일모직' 사명 61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삼성그룹이 26일 제일모직삼성물산의 합병으로 탄생할 통합 법인의 이름을 삼성물산으로 정하면서 ‘제일모직’이라는 사명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삼성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선대회장이 1954년 9월 당시 자본금 1억환을 들여 제일모직공업주식회사를 설립한 지 61년 만이다.

제일모직은 이병철 선대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제당에 이어 세 번째로 세운 회사다. 섬유 원단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하다 보니 양복 한 벌 가격이 직장인 월급 3개월치와 맞먹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섬유를 국산화하겠다는 목표를 내걸면서다.

제일모직은 1956년 대구에 국내 최초의 모직 공장을 세웠고, 독일 전문기술자를 초빙해 민간기업 최초로 해외 기술을 도입했다. 이 선대회장은 1987년 별세할 때까지 제일모직 등기이사를 맡을 만큼 애정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그룹은 2013년 12월 삼성에버랜드와 제일모직 패션부문을 합병할 때도 제일모직이라는 이름을 고수했다. 당시 매출 비중을 놓고 보면 6 대 4 정도로 삼성에버랜드의 사업 규모가 더 컸다.

통합 법인이 부동산 및 레저사업 구조까지 아우르고 있어 ‘에버랜드’라는 사명이 더 적합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제일모직을 사명으로 채택했다. 그만큼 제일모직이라는 이름에 애착이 많았다는 의미다.

삼성물산은 이 선대회장이 삼성그룹 계열사 가운데 가장 먼저 창업한 회사다. 1938년 3월 대구시 수동(현 인교동)에서 청과물과 건어물 수출업으로 창업한 ‘삼성상회’가 그 뿌리다.

당시 지상 4층, 지하 1층 건물에 지은 250평 규모의 창고가 전부였다. 삼성상회는 광복 이후 서울로 자리를 옮겨 1948년 삼성물산공사로 이름을 바꿨다. 1951년에는 삼성물산주식회사로 개명했다. 1975년에는 한국 종합상사 1호로 지정됐다. 삼성물산은 1995년 삼성건설을 합병한 이후 건설부문과 상사부문으로 나뉘어 세계 50여개국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