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5월20일 오후 4시45분

코스닥 상장 콘텐츠 유통사인 제이콘텐트리가 국내 3위 멀티플렉스 영화관인 메가박스를 인수한다. 경영권 매각을 놓고 1대주주인 맥쿼리펀드와 2대주주인 제이콘텐트리가 벌여온 갈등이 해소되면서 맥쿼리펀드 투자자들은 8년 만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됐다.
[단독] 제이콘텐트리, 2600억에 메가박스 품었다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제이콘텐트리는 맥쿼리펀드를 행정공제회와 군인공제회 국민연금 등 펀드 투자자(LP)들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가격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인수가격은 26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우선협상대상자였던 중국 오리엔트캐피털이 제시한 가격(지분 100% 기준 515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제이콘텐트리는 당초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해 맥쿼리펀드 보유 지분을 인수할 계획이었으나 회계상의 이유로 맥쿼리펀드 자체를 사기로 했다. 메가박스 지분 50%(40만4255주)를 갖고 있는 맥쿼리펀드를 인수하면 제이콘텐트리는 메가박스 경영권과 지분 100%를 확보하게 된다.

맥쿼리펀드는 2007년 메가박스 지분 50%를 2700억원에 인수했다. 지난해 초 칼라일 등 외국계 사모펀드(PEF)와 중국 완다그룹 등을 상대로 매각 작업을 벌였으나 가격이 맞지 않아 실패했다. 하반기 다시 입찰을 실시해 12월 중국 오리엔트캐피털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으나 2대주주였던 제이콘텐트리가 “인수자금 조달 방안이 불투명하다”며 반발해 매각 작업이 표류했다.

올초 맥쿼리펀드가 홍콩 상사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하면서 두 회사의 갈등은 법정 다툼으로까지 번졌다. 하지만 맥쿼리펀드와 제이콘텐트리 지분을 합친 메가박스 지분 100%를 오리엔트캐피털에 파는 계획을 백지화하고 제이콘텐트리가 맥쿼리펀드 지분 50%를 사들이기로 합의함에 따라 1년 가까이 끌어온 매각 작업도 마무리되게 됐다.

두 회사가 합의점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길면 2년 가까이 걸리는 중재를 양측 모두 부담스러워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맥쿼리펀드는 올 연말까지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을 돌려줘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었다. 제이콘텐트리도 실적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메가박스를 내놓으면 회사 규모가 위축되고 성장동력을 잃을 수 있다.

메가박스의 올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938억원과 70억원으로 같은 기간 제이콘텐트리의 매출(802억원)과 영업이익(17억원)보다 훨씬 컸다. 지난해 3개 직영점을 추가로 내면서 메가박스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추세다.

김현용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이콘텐트리가 메가박스 지분을 모두 잃었다고 가정하면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8%에서 1%로 떨어질 것”이라며 “지분을 100% 보유하면 그동안 주춤했던 투자 및 추가 출점을 공격적으로 할 수 있게 돼 올해부터 본격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영권 매각 작업이 시작되면서 메가박스는 지난 3년간 새 상영관을 10곳 늘리는 데 그쳤다.

정소람/정영효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