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민영화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부가 통매각 방침을 접고 분할 매각 방식으로 연내 재매각을 추진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민영화를 위해 우리은행이 '몸 값 올리기'에 주력하고 있지만 증권가에선 성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은행 민영화, 다시 수면 위로…증권가 애널들의 생각은?
◆ 정부, 분할매각 방식 검토…은행 "기업가치 제고 노력 진행중"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국책은행인 우리은행의 민영화를 재추진하기 위해 '일괄매각' 방침을 버리고 '분할매각'하는 방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보유 중인 우리은행 지분(48.06%)을 쪼개 5~10곳의 과점 주주들에게 매각하겠다는 것. 이미 투자자 조사를 위한 물밑작업에 들어갔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시장에선 우리은행의 분할 매각 가능성을 높게 점쳐왔다. 지분 일괄매각 방식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어 정부가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 할 수 있지만 매수 주체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간 우리은행은 일괄 매각 방침 하에 2010년 10월부터 2014년 11월까지 모두 4차례에 걸쳐 매각절차를 진행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지난해에는 정부가 경영권 지분 30%를 일괄 매각하려고 했지만 유력 인수자였던 교보생명이 막판에 불참하면서 민영화 시도가 결국 무산됐다.

네 번의 실패를 딛고 다섯 번째 민영화를 성공시키기 위한 우리은행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기업설명회(IR)를 시작으로 오는 16일에는 영국 런던에서 투자설명회(NDR)를 가질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해외투자자들의 지분 인수 참여 의사를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해말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취임 일성으로 '임기 내 민영화 완수' 의지를 강조한 만큼, 은행 내부에선 기업가치를 높여 투자 매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실제 1분기 실적에서는 이같은 노력이 재무구조 개선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2908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NPL)은 1.94%를 기록, 8개 분기 동안 2%를 넘다가 이번에 처음 1%대를 기록했다. 대출성장률은 전분기대비 3.3% 성장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가계 여신이 고르게 증가했다.

◆증권가 "순항 어려워…제대로된 투자 유도 방안 나와야"

증권가에선 은행의 기업가치 제고는 시간이 걸리는 문제인 만큼 민영화가 결코 순항하진 못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 시점에선 뚜렷한 매수 주체가 없기 때문에 은행의 완전 민영화는 힘들다"며 "다만 정부가 분할 매각으로 방식을 선회한 것은 적절하며 기업가치 제고 노력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정태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민영화 가능성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와 같은 저금리 추세에선 은행에 대한 장기투자가 쉽지 않다"며 "은행 보유 매력이 없기 때문에 투자자를 찾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분할매각으로 투자자는 경영권 참여, 주가 차익을 거둘 수 있다고 하는데 투자자들이 5%~10%의 지분으로 얼마나 경영권에 참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분할 매각 시도를 안한 것이 아니다"며 "현재 주가가 낮아서 기업가치만 올리면 재무적 투자자가 나설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제대로 된 경영권 확보가 없다면 투자자들은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는 투자자에게 구미가 당길 수 있는 유도 방안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경회 현대증권 연구원도 "정부의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조심스럽다"면서도 "과연 누가 투자에 나설 지 의문이 드는 건 사실이고 경영권 프리미엄이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다면 시장에서 사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신영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의 기업가치 제고 노력도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 연구원은 "우리은행의 1분기 실적을 보면 개선 노력은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기업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개선되려면 자산건정성 지표인 대손비용, 대출성장률이 좋게 나와야 하는데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은행의 노력이 재무제표를 통해 가시화되려면 경기 회복이 뒷받침되는 가운데 적어도 1년 6개월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