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난민을 수용하는 문제로 분열상을 보이고 있다.

EU는 지중해상 난민 참사를 방지하고 난민 유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모색하는 가운데 남유럽 국가와 독일 등 일부 국가에 편중된 난민 수용 부담을 골고루 나누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13일(현지시간) EU 28개 회원국에 난민을 의무적으로 할당하는 방안을 제의했다.

EU 정상들은 지난달 지중해 난민 참사를 막기 위한 긴급회의에서 난민 밀입국 조직을 퇴치하고 밀입국 선박을 파괴하기 위한 군사작전에 합의 한 바 있다. 그러나 회원국 다수의 지지를 얻은 군사작전 계획과 달리 난민 할당제도는 회원국 사이에서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 다.

이 제안 발표에 앞서 영국, 아일랜드, 덴마크 등은 난민 강제할당 수용 불가 입장을 천명했다. 영국 내무부 대변인은 난민 할당제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아일랜드와 덴마크도 정책 참여 거부권 등을 내세우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또한 헝가리, 슬로바키아, 에스토니아도 난민 할당제를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져 EU 집행위의 제안이 회원국의 승인을 거쳐 시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민자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온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누군가가 이민자를 들어오도록 허용한 후 다른 나라에 나눠준다는 것은 정신나가고 불공평한 생각”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EU 회원국들은 유럽에 들어온 난민이 망명을 신청하면 심사를 거쳐 망명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난민을 받아들이고 있다. EU 내에서 가장 많은 난민을 받아들이는 독일과 스웨덴 등은 난민 강제할당을 지지하고 있다. 또한 난민들의 도착지인 이탈리아, 그리스, 키프로스, 몰타 등은 다른 EU 회원국들이 더 많은 난민을 수용하기를 바라고 있다. EU 회원국들의 지난해 망명 허용자 수는 전년보다 50% 증가한 18만5000명에 달했다.

EU 국가 중 독일이 지난해 가장 많은 4만7600명의 망명자를 받아들였다. 스웨덴은 3만3000명의 망명을 허용했으며 이어 프랑스가 2만640명, 이탈리아가 2만630명을 받아들였다. 이들 4개국이 전체 망명자의 3분의 2를 수용했다.

EU는 이런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국내총생산(GDP) 등 경제수준, 인구 규모, 실업률, 과거 망명 신청자 수 등을 고려해 공평하게 분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지난해 망명신청자의 35%를 받아들인 독일의 할당량은 18.4%로 줄어드는 반면, 최근 수년간 거의 망명을 허용하지 않았던 폴란드는 5%를 수용해야 한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중해를 통해 유럽으로 난민 5만1000명이 들어왔다. 지중해를 건너는 과정에서 난민 180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